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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이야기

5월 10일(금) 악보 보는 연습(아가페 고아원 어린이)

수요일 오후에는 아가페 고아원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악보 보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사실 캄보디아 어린이들은 음악을 배우지 않기 때문에 도, 레, 미, 음정을 가르치는 것 조차도 힘이 들고 어렵습니다. 우리 나라 어린이들처럼 음정대로 부르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음치가 높낮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높낮이 없이 도, 레, 미를 부릅니다. 그러나 자꾸 반복을 하면 시간이 지나면 음정을 제대로 내는 어린이가 드러납니다. 2년 전의 일입니다만 안식년에 호산나학교에서 찬송가 ‘예수사랑하심은’ 노래를 영어와 캄보디아어와 한국어로 부르고 나서 마지막에 아-멘(다 장조 계명으로 파, 미입니다)을 가르치는데 열명의 어린이 가운데 한 어린이만 바로 음정을 내고 나머지는 수 없는 반복을 통하여 가능하였습니다. 그 중에 두 명 정도는 여전히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다.
리코더를 불면 도레미 음정이 정확하게 나니까 어린이들이 그 음정을 들으면서 배우고 익히게 됩니다. 노래를 가르칠 때에도 계명창을 하면서 가르치기 때문에 소리와 계명을 연결시켜서 익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보를 보고 계명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 어렵습니다. 몰라도 이렇게 모를까? 몇 달에 걸쳐서 리코더를 불렀는데도 계명이름과 음정을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어린이들이 리코더를 부는 것은 노래의 순서에 따라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외우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감각이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캄보디아의 전통음악은 결혼식이나 잔칫집에서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크게 틀어놓는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데 말로 표현하지면 ‘뚱땅 띵땅 뚱땅 띵당’ 하는 불협화음의 금속소리가 전부입니다. 서양음악처럼 주요 3화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단조화음도 아닙니다. 단조에 조금 가까운 듯 들릴 정도입니다. 이런 음악 속에서 살아왔고 음악교육이 전혀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던 어린이에게 서양음계를 가르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복음 송이라도 좀 불렀기에 조금씩 적응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의 4개월이 넘도록, 비록 일 주일에 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리코더를 불렀기에 이제부터라도 악보를 보는 법을 가르쳐 보자고 생각해서 다장조로 ‘예수사랑 하심은’ 악보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계명과 음표의 위치를 가르쳐 주고 계속 익히도록 묻고 리코더와 목소리로 계명을 비교하면서 부르는 연습도 하였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네 명의 어린이 가운데 한 어린이가 계명을 따라서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를 거의 정확하게 불렀습니다. 나머지 세 어린이는 여전히 혼돈 중이었습니다. 어쨌던 한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면서 가르친 결과 음계를 거의 정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어린이를 하나라도 얻었다는 것에 위로를 얻고 돌아왔습니다. 그 어린이 이름이 ‘돈’ 인데 지난 1월에 처음 고아원에 가서 주일학교 예배를 드릴 때에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어린이였습니다.
그런데 몇 주일 배우다가 배우지 않겠다고 리코더를 반납했다가 다시 몇 주 지나서 배우겠다고 온 어린이였습니다.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순간이 언제였는가 하면 성경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무슨 질문을 하는데 이 어린이가 손을 들고 나와서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볼 때였습니다. 성경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주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열심히 가르쳤고 아이들에게 수시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에 반응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참 잘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성경 이야기를 마치고 질문을 하니 그 어린이가 나와서 대답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내용은 모르고 전체적인 분위기만 느끼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그 분위기 속에서 앞에 나와서 대답하는 ‘돈’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에는 무언가 확신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주 훌륭하다고 격려하는 분위기였고 다른 어린이들과 중, 고등학생들도 모두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돈’의 얼굴에나 눈 빛에는 총명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두고 계속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그만둔다고 하니 좀 아쉬웠고 다시 하겠다고 하니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그 이후로 속으로만 ‘돈’을 두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네 어린이 중에서 가장 먼저 음정을 불렀으니 제가 다시 한번 ‘돈’에 대하여 더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리코더를 가르치겠지만 가능하면 피아노까지 가르쳐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고아원에 있는 어린이라 다른 어린이들과의 관계나 4Km되는 거리를 오고 가는 문제도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여튼 저는 이런 어린이들을 열심히 찾으러 다니고 아내는 부지런히 가르쳐 볼 계획입니다. 지금은 언어공부에 열중해야 될 시기여서 욕심을 낼 수도 없습니다. 리코더 하나로 많은 어린이들을 만나고 그 중에서 진주를 발견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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