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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이야기

[군함과 유람선]

최승암 (내일교회 파송 선교사 / GMS 소속)

 

대학시절, 자매결연 행사를 위해 군함을 타 본적이 있습니다. "강원함"이라는 구축함이었습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몇 분 교수님, 기수단으로 참석한 학군 후보생, 성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 등 방문객들은 유람선을 타는 기분으로 들뜨고 흥분했었지요. 칼 같이 다린 군복, 파리가 앉으면 낙상의 우려가 있는 구두, 사람 키보다 높은 케이크, 반들거리는 갑판... 해군 수병들은 우중충한 군함을 제법 그럴듯한 유람선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행사는 진짜 유람선처럼 신나고 흥겹게 진행되었습니다. 멋쟁이 해군 장교들의 눈부신 제복과 흰 구두, 이들의 허리에서 반짝거리며 출렁이는 예도, 투박하지만 정갈한 음식, 빛나는 태양과 갑판 위에서 부서지는 파도는 낭만 그 자체였지요. 거기다 예쁘고 싱그러운 여대생들이 부르는 잘 편곡된 합창 화음의 군가는 흥겨움을 더욱 돋구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우리들은 이 바다 위에 이 몸과 맘을 다 바쳤나니~~' [해군가]와 군가 [바다로 가자]는 아직도 귀에 쟁쟁하답니다. 아무튼 그 순간, 군함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유람선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행사의 후반부, 장식용 밧줄과 풍선에 가리워져 있던 배는 군함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변신에는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대령 함장님의 짧은 한 마디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총원 전투 배치!". 명령을 받은 부관은 비상 사이렌과 함께 함에 전파했고, 군함의 장, 사병들은 "전투 배치"를 복창하며 전투시 위치할 자기 자리를 향해 이리저리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일순 활 시위처럼 팽팽한 긴장이 구축함을 감쌌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발포 명령. 무인도 돌섬을 향하여 불을 뿜은 함포는 방문객 모두의 혼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따뜻한 미소로 환영해 주었던 멋쟁이 해군들은 눈에서 불꽃이 튀는 용맹스런 전사들로, 유람선은 단 몇 초 사이에 적과 싸울 수 있는 늠름하고 자랑스러운 군함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남미의 한 목사님은 '교회는 군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교회는 유람선이 되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군함에도, 유람선에도 먹고, 자고, 쉬고, 노래하는 파티가 있습니다. 그러나 군함의 파티는 명령 수행을 위한 충전이지만 유람선은 쉼과 파티가 목적입니다. 또한 유람선은 목숨과 안전을 위해 주렁주렁 구명보트를 달고 다니지만, 군함은 전투에 거추장스러운 것은 떼어버립니다. 그렇습니다. 군함에도 가끔씩은 멋진 제복과 맛난 음식, 여흥을 즐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모두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에 불과합니다. 여흥 자체가 목적이 아니지요. 교회는 여흥을 목적으로 하는 유람선이 아니라, 명령을 수행하는 군함이 되어야 합니다. 대장이신 주님이 명령한 세계 복음화의 사명과 하나님 나라의 깃발은 내려지고, 파티의 흥겨움과 요란한 유람선의 장식 깃발만 휘날리지는 않는지요? 안타깝게도 오늘날 조국 교회는 언제부터인가 유람선의 모습이 많아졌습니다. 바라기는 군함 같은 교회가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항공모함 같은, 순양함이나 구축함 같은, 순발력 있게 연안을 방어하고 순찰하는 경비정 같은, 고무보트이지만 옹골찬 UDT/SEAL이나 해병 수색대를 실어 나르는 IBS같은 교회들...

 

"총원 전투 배치!"


주님의 명령은 이미 오래 전에 내려졌습니다. 명령을 따르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속해 있습니까?


* 군함에 탄 군인입니까? 아니면

* 군함에 탄 민간인입니까? 아니면,

* 유람선에 탄 군인입니까? 아니면

* 유람선에 탄 꽃놀이, 단풍 패 민간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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