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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이야기

[창공에 몸을 던진 효자]

 

최승암 선교사 (내일교회 파송 선교사/GMS)


세계 4강에 이름 올린 대한민국 축구. 월드컵의 짜릿한 여운이 남아있던 2002 여름, 미국에서 무리 대학생 단기 팀이 도착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UC; University of California) 중심의 선교 동아리 KCM(Korean-American Campus Mission) 입니다. 멤버는 바뀌지만 거의 수년째 방문하는 이랍니다. 대륙 서쪽 끝에서 동쪽 , 대서양 건너 유럽,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 깊은 내륙으로 이어진 숨가쁜 여정을 따라왔습니다. 장거리 비행, 뒤죽박죽 시차, AIDS 말라리아가 공기처럼 흔한 아프리카까지 여느 여행과는 다른 긴장과 두려움을 주었겠지요. 20 초반의 반짝이는 청춘들은 좀비(zombie) 몰골을 , 엔테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사역 일정 선교사들과 팀원들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되었습니다. 팀원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영어가 훨씬 편한 1.5, 혹은 2 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봤다거나 미국 밖은 물론,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경계를 벗어났다는 미국 깡촌 순둥이들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유창한 영어와 떠듬거리는 한국어로 나누는 선교 동기는 귀담아 들어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를 방언 같았답니다. K군은 압권이었습니다.

 

"저언, ~~ 왔냐면, 뱅기에서 뛰어내릴까요? ~~ 아니면, 아프리카 갈까요? 했더니 엄마가 ~~, 아프리카 카라고 해서 와써요"

 

모두들 뜨악한 표정이 되었고,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추가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정황, 문맥을 짜맞추어 종합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K군은 남가주 대학(USC) 다니는 학군장교(ROTC) 후보생이었습니다. 방학기간에 군사 훈련 옵션을 선택할 있었는데, 하나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공수 훈련'이었답니다. K군의 어머니는 비행기 허공에 몸을 던지는 보다는 아프리카 선교가 안전하다 생각하여 단기 선교를 추천했습니다. 새까만 공중, 가닥 줄에 연결된 조각에 매달릴 아들이 염려되었겠지요. K군은 어머니 선택을 존중했고 걱정을 덜어 드리려는 지극 효심으로 아프리카에 셈이었습니다. 황당한 선교 동기였지만 바탕 웃음과 함께 환영의 박수를 짝짝짝 주었습니다.

 

20 이상 선교 현장에서 많은 팀을 만났습니다. 스쳐 지나간 팀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는 팀도 있습니다. 2002 KCM 팀은 여러 면에서 조금 특별했습니다. 대면의 순간도 특이했지만 총알을 뚫고 함께 사선을 돌파하여 더욱 애착을 느끼는 이기도 합니다. 수도권 사역을 마치고 팀과 함께 10시간 정도 떨어진 지방 사역지로 이동하는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일반 손님과 팀이 동승한 버스가 드넓은 초원을 달리던 순간, 숨어있던 반군들이 버스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팀원들과 승객들이 버스 바닥에 엎드림과 동시에 버스는 불에 데인 황소처럼 미친 듯이 덤불사이 들판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반군들의 총격도 위협이었지만 달리는 버스가 둔덕이나 도랑에 부딪쳐 전복되면 모두가 죽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습니다. 다행스럽게 아무도 다치진 않았습니다. 다음날, 같은 노선을 오가던 버스에서 기어코 승객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황량한 초원에서 영화 같은 긴장과 공포의 순간을 경험했지만, 18~9세의 어린 여학생들이 포함된 팀원들은 의연했고 동요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팀은 3 동안의 사역을 마치고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효심으로 아프리카에 왔던 K군도 강력한 신앙 도전을 받았다는 나눔을 뒤로하고 헤어졌습니다. K군은 대학을 졸업, 육군 장교로 임관하였고 현재는 낙하산 강하를 먹듯이 하는 공정부대(空挺部隊; airborne troops) 소령입니다. 비행기에서 뛰는 싫어하셨던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아니면 소속 부대를 숨기고 있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짧은 선교 기간 동안 강한 도전을 받은 K군은 낙하산 강하에 따르는 생명 수당이나 위험 수당을 선교를 위해 따로 구분하여 헌금하였습니다. K군은 제복을 입고 국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인이지만, 누구보다 삶으로 선교를 실천하는 동역자가 되었습니다.

 

선교사 입장에서 단기 안내는 긴장과 피곤이 가중되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역의 중단은 물론, 선교와 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팀원들의 생활, 건강, 영성, 사역, 통역, 상담, 관광 가이드 역할까지 해야 하지요. 신학교 사역에 있어서 방학기간은 재충전과 다음 학기 준비를 위한 소중한 시간입니다. 단기 안내를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면 다음 학기 준비나 강의가 소홀해질 여지가 많습니다. 선교사 가운데는 단기 팀을 받지 않는 분이 있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사역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인데, 일견 일리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팀을 안내하고 이들과 함께하는 당위성도 분명 있습니다. 단기 팀이 선교에 임하는 동기가 미숙하고 어설프지만 선교 자원을 발굴, 도전하여 삶의 선교지로 파송한다는 목표 때문이지요. 현장 선교와 더불어 삶의 선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단기 선교는 현지의 필요 보다 단기 선교에 임하는 팀원들을 위해 필요합니다. 길어야 달을 넘지 않는 단기 선교를 통해 가시적인 사역의 열매를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이지요. 가격 대비 성과 면에서 효과가 미미하다 해도 단기 선교가 계속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현장의 필요 보다 참여하는 팀원들과 교회의 도전과 자극이 크기 때문입니다.

 

현대선교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from everywhere to everywhere) 선교입니다. 윈터(Ralph Winter) 표현처럼 장소와 상관없이 '전시 생활 체제'(wartime life style) 살아가는 일은 교회와 성도의 사명입니다. K군은 등에는 낙하산, 가슴에는 하나님의 열정을 품고 오늘도 창공에 몸을 던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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