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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게시판

-KBS 아침마당 4월21일 방송내용-


사과의 기술


목요일마다 강사를 모셔다가 좋은 강의를 합니다


오늘 주제는 <사과 (謝過) >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책의 공저자인 김호 님께서 강사로 나오셨습니다.


사실, 사과는 어려우면서도 쉽고,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분명 사과를 하였는데도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강의에서 그 이유들을 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도움이 됐습니다.

사과(謝過)에도 단계와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부가 다투다가 "그래,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하고
소리치고 벌떡 일어나 나가는 것은, 분명히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또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지만 <조금도> 사과(謝過)가 아닙니다.

1. 먼저 상대에게 유감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미안하다>고 할 때는 그냥 무조건 <그래, 미안해!> 하면 안 된답니다.
자기가 어떻게 잘못한 것에 대해 설명을 한 후에 그것에 대해 <미안해>라고 해야 한답니다.
"내가 당신에게 언성을 높인 것, 미안해."
"내가 당신에게 멍청하다고 표현한 것, 정말 미안해"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2. 다음 단계는 자기 잘못에 대한 인정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흥분해서 당신에게 험한 말을 해서 당신 화나게 한 것, 미안해.
험한 말을 쏟아낸 것은 내가 분명히 잘못했어."
혹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더라도 자기로 하여금 상대방 감정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다면
그 결과를 만든 자신이 잘못했음을 <쿨하게>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3. 다음엔 <앞으로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해야 합니다.
"내 성격이 원래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 하는 식의 말은 조금도 도움이 안됩니다.
"다시는 그렇게 험한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할께."

4. 그 다음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단계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상대에게 <보상, 배상>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좀 풀리겠니?"

"빌려주신 그릇을 제가 실수로 깨트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을 했습니다. 앞으론 이런 실수를 않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제가 배상을 하겠습니다. 어떻게 해드리면 좋겠습니까?"

5. 그런 다음에야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의 잘못에 대해 용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보, 내가 잘못했어. 앞으론 조심할께. 용서해 줄 수 있겠어?"

4단계의 자기 책임에 대한 언급 없이 용서를 구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제일 가슴에 와 닿는 강의내용은,
<사과할 때 절대 쓰면 안 되는 세 가지 말>이었습니다.

1. 그렇지만... 하지만....
자기의 잘못 때문에 상대방이 마음이 상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
그것에 대해 미안하다 하고, 자기 잘못도 시인하고, 앞으로는 안 그러도록 노력하겠다 하기도 하고,
용서까지 구하고는, 그것으로 끝을 내야지,
<그렇지만....> 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꺼내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에게도 이런 잘못이 있었잖아. 나도 잘못했지만, 당신도 잘못했잖아.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만 잘못한 것은 아니지."
이러면 앞에서 한 사과가 말짱 <꽝>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기 잘못만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으로 끝내면 상대방도
"나도 잘못했어" 하고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하게 되고,
그러면 두 사람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하는 식으로 끌고 나가면
상대방의 진심어린 사과나 변화는 절대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대화를 끌고 가면 관계의 회복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누가 더 옳으냐 그르냐 하는 언쟁으로 번져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참 잘못하는 것 중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2. 실수가 있었습니다
자기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수동태>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내가 실수했습니다" 하는 것과 "(어쩌다 보니) 실수가 있었습니다"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지요.
나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는데, 불가피하게 상황이 그렇게 되어
그런 큰 잘못을 행하고 말았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명백하게 그저 <나의 잘못>이라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변명하는 식으로 사과를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3. 만약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나의 그런 말이나 태도가 <만약 당신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사과드립니다" 하는 식의 사과를 우리가 많이 합니다.
사실 저도 그런 식 표현의 사과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는 상대방은 기분이 오히려 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로 하여금 "뭘 이런 걸 가지고 마음이 상하느냐? 소심하고 쫀쫀하게..." 하는
느낌을 주는 말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피해자를 옹졸하게 만드는 표현의 사과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말입니다.

참 일리있는 지적이었습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화를 내냐?... 어쨌든 네가 기분이 나빴다니까 미안해."
이런 사과는 낙제점이라는 거지요. 사과가 아니라는 거지요.
그냥 "나의 그런 태도로 너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주기 바래" 하는 사과를 하라는 것입니다.

사과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절차와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걸 오늘 배웠습니다.

사과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답니다.
너무 빠른 사과도 역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나의 잘못으로 인해 상대방이 지금 잔뜩 마음이 상해 있다면,
다짜고짜 가서 <미안해. 잘못했어> 하고 사과하고는 떠나오지 말고,
상대로 하여금 그 상한 감정을 가해자인 나에게
<표출>할 수 있는 기회(시간)를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섭섭함, 서운함,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것을 <들어주라>는 것입니다.
마음 속의 상함, 분노를 쏟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받는 사과는
용서의 단계까지 가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서운함, 분노, 섭섭함을 다 들어준 다음에
"내가 너에게 그런 잘못을 하다니,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할께. 내가 잘못했어.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과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예를 들어, 온 가족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못할 소리로 버럭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면,
밤에 침실에서 아내에게도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따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 망신, 모욕을 가해자인 나도 같이 졌을 때
그것이 진정어린 사과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과를 하면 권위에 손상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위를 높여준다.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하면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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