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교구게시판

아이들의 부모 평가

해와달 -최용덕간사님글-



오늘은 주일이자 어버이날입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들이 수줍은 얼굴로
아빠에겐 무슨 카드 한 장을,
엄마에겐 냉장고에서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 건넵니다.
엄마에게 건넨 비닐봉지 안에는 자기도 같이 빚어서 만들었다는
쿠키들이 두 봉지 들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며칠 전부터 학교와 학원에서 어버이날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들인가 봅니다.



아들이 건넨 카드를 펼쳐보니, 여러 장의 카드가 겹겹이 접혀 있는데,
내용을 하나 하나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무엇보다 유난히 한 가지 문장이 반복되고 있어서 눈길이 갔습니다.



<우리 부모님의 좋은 점 BEST 5>의 다섯 항목 중에 세 가지밖에 채우지 못했지만,
그 첫 번째가 <약속을 반드시 지킵니다> 입니다.



엄마 아빠에게 쓰는 편지에서 <아빠는 약속을 항상 잘 지키셔서 좋아요> 라고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부모에게 주는 상장(?)으로는, 상 제목이 <지킴이> 상이고,
내용은, <우리 부모님은 항상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의 어버이날 카드를 받고서
한 편으로는 참 감사하기 이를 데 없었고,
한 편으로는 부담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아들은 엄마 아빠가(특히 아빠가)
<약속을 잘 지키는 것>에 대해 칭찬의 마음과 자부심을 표현하였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저는 평소에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압니다.
공약(空約)도 남발하고, 또 건망증의 대가로서 약속을 잊기도 잘 합니다.
<나중에 꼭 연락할께요> 해놓고 연락하는 법... 잘 없습니다.
<나중에 꼭 한번 찾아갈께요> 해놓고 찾아가는 법... 잘 없습니다.
일종의 사기꾼입니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어찌 되었든 간에,
저는 적어도 자식놈에게만은 <약속을 잘 지키는 부모>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뿌듯하고, 기쁩니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 들면서
정작 자녀들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여기는 부모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분들이나 저같은 사람이나 다 그 나물에 그 밥 격인 사람들긴 하지만... ㅎㅎㅎ

약속을 잘 지키는 <지킴이>상을 아들에게서 받고 나니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약속>과 관련하여서는 더 진지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때로 어떤 약속은,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 때문에
미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꼭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내 무능력으로 인해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엔
가슴이 미어지고 죄송하고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어떤 약속은 우리 스스로 아예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식 날, 주례의 안내에 따라, 성경말씀 위에 손을 얹고
하나님 앞과 수많은 증인들(하객들) 앞에서
"내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을,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부할 때나 가난할 때나, 높을 때나 낮을 때나....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겠노라>고
굳게 서약을 했던 우리의 그 약속은....
그냥 그 날의 통과의례, 하나의 해프닝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들의 편지를 읽으며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더 돌아봅니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부모에 대한 이미지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짓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데, 나는 어떤 이미지를 아들에게 주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간 딸아이에게도 나는 어떤 아빠였을까 돌아봅니다.

제가 늘 간절함으로 부르는 저의 노래 <오 신실하신 주>를 생각합니다.
"내 너를 (결단코) 떠나지도 않으리라, 내 너를 버리지도 않으리라
약속하셨던 주님, 그 약속을 지키사
이 후로도 영원토록, 나를 지키시리라 확신하네" 라고 후렴에 적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늘로 올라가시면서 제자들에게
"세상 끝날까지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분의 뜻에 의해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그 약속, 예수님의 그 약속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찌 하루 하루를 견디며 살 수 있을 것입니까?
우리가 처해 있는 이 딱한 처지를 어찌 감사함으로 맞을 수 있겠습니까?
딸아이가 훌쩍 우리 곁을 떠났을 때 그 슬픔을 어찌 이겨낼 수 있었겠습니까?

<오, 신실하신 주>라는 노래 제목에 적은 <신실하다>는 말은,
<믿을 만하다>는 의미의 말입니다.
아들이 하나님에 대해 <신실하신 주님>이라고 확신하는 데에
부모인 우리가 좋은 역할을 계속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제목 날짜
교구대심방 2017.03.26
교구이야기가 아닌 글은 임의로 삭제하겠습니다 2014.08.20
갈렙,에스더 야유회 (6월3일 (금) 부산 태종대)   2011.06.07
갈렙,에스더 야유회 (6월3일 (금) 부산 태종대)   2011.06.07
갈렙,에스더 야유회 (6월3일 (금) 부산 태종대)   2011.06.07
갈렙,에스더 야유회 (6월3일 (금) 부산 태종대)   2011.06.07
나쁜 노래 좋은노래 -나가수 열풍-   2011.05.25
아쉽고도 섭섭한..   2011.05.21
하나를 보면 하나만 안다   2011.05.21
하나님의 뜻과 엄마의 뜻   2011.05.21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이유   2011.05.17
촌길, 촌내음   2011.05.17
소망교도소   2011.05.17
장로는 다르다   2011.05.09
아이들의 부모 평가   2011.05.09
지배의 욕구   2011.05.05
결코 가볍지 않은 수다의 힘   2011.05.01
신앙이 인간됨에 갇힌다   2011.05.01
사과(謝過)의 기술   2011.04.22
결정적인 순간에   2011.04.19
며느리전서 13장   2011.04.18
동성의 친구   201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