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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게시판

갈말갤러리서 퍼옴





<해와달-산지기일기>


우리가 남이가? - 예! 남입니다



요즘 저희 아들(초등2)이 좀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아빠, 갈릴리마을에 다녀올께" 하고 집을 나서면
방에서 거실까지 나와서 현관 앞에 서서 "아빠, 다녀오세요" 하고
두 손을 배에다 대고 고개를 숙이는 소위 배꼽인사를 했는데,
한 열흘 전부터는 나오지 말라는데도 기어이 현관을 따라나서서는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나와서 아빠가 엘리베이터에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배꼽인사를 정중히 하며 "아빠,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합니다.

왜 갑자기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아직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을 리는 없습니다. ㅎㅎ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셨나?
어쨌든 아들의 갑작스런 변화가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아들이 그렇게 정중한 배웅 인사를 하는데
문득 어제는 제가 그 전처럼 그냥 그 인사만 받고 "응, 아빠 갔다 올께" 하고
손만 흔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들의 그 배꼽인사에 맞추어서 저도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맞절(?)을 했습니다.
"아빠, 갈릴리마을 갔다 올께" 하며.
아들이 놀랄까봐 차마 "아빠, 갈릴리마을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존대어는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속 마음은, <아드님>에게 존대어를 썼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맞절을 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저희 아들은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엄마 아빠에게 존칭을 사용하였습니다.
절대로 부모가 그렇게 의도하며 가르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제가 아내에게 그 당시 존칭을 사용했는데, 그 영향일까요?
어쨌든 저희 아들은 물론 지금도 할머니와 엄마아빠에게 존칭을 씁니다.)

***********************

며칠 전에 홍미영 자매님이 같은 교회의 자매님과 동행하여
갈릴리마을에 오셨다는 이야기를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1년 남짓 전에 어린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아직도 슬픔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 젊은 엄마였지요.

같이 맛있는 수제비로 점심식사를 나눈 후에 차를 마시면서
제가 조심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매님,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우리를 부모로 삼으셔서
그 사이에서 자녀를 태어나게 하셨지만,
그 육신은 우리 부모에게로부터 태어난 게 맞겠지만,
그 영혼은 사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 자녀들은
부모인 우리 각각의 두 사람과 똑같은 입장에 놓인,
또 하나의 <하나님의 사람>인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우리 자녀들은 그야말로 완전히 <남>인 것입니다.
그 <남>을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는 동안 우리들과 부모 자식의 관계를 맺고서
살라고 보내신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 남자와 여자,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맺고서 허락되어진 시간동안
주어진 생애를 살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익히고 배우며
하늘나라의 법을 훈련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모는 부모의 역할을 통해, 자식들은 자식의 역할을 통해서 말입니다.
부부, 부모와 자식... 이 관계가 바로 하나님과 우리 인간들의 관계를
그대로 투영해서 보여주는 모델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비유를 통해 하나님과 우리,
그리고 교회와 그리스도의 관계를 설명하셨습니다.

자, 그러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의 과정을 다 마치고
육신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절차를 거쳐서 우리 영혼이 완전히 새로운 몸을 입고
하나님나라에 가게 되면, 이 땅에서 맺어졌던 우리의 관계(부부, 부모 자식)들은
다 어떻게 되는걸까요? 그대로 유지가 될까요?

예수님의 가르침과 약속, 성경의 말씀들을 살펴볼 때 제 생각에는,
이 세상에서의 부부,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의 생생한 추억은 그대로 남겠지만,
그래서 지구상에서 같이 어우러져 살면서 경험했던 옛 이야기들로
깔깔대며 웃음꽃을 피우겠지만,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더 이상 부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닐 거라고 봅니다.

누가복음 20장 27-36절에 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몇몇 사두개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물었다.
"선생님, 모세의 법에는 형이 자식 없이 아내를 두고 죽으면
그의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형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곱 형제가 있었습니다. 맏이 결혼하여 살다가 자식 없이 죽고
둘째와 셋째도 형수와 살았으며 일곱이 다 그렇게 하여 자식 없이 죽었고
마침내 그 여자도 죽었습니다.
이렇게 일곱 형제가 모두 한 여자와 살았으니
부활 때 그 여자는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간다.
그러나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여 하늘 나라에서 살 자격이 인정된 사람들은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는다.
그들은 천사들과 같아서 다시 죽을 수도 없다.
그들은 부활한 자들이므로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하늘나라에서는 이 땅에서의 관계들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해석해도 되는 말씀 맞습니까? 일곱 번이나 결혼한 여자일지라도
하늘나라에 가면 그 어느 누구의 아내도 아니라니 말입니다.
아니, 누구의 남편이니 아내이니 하는 말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오직 그 나라에서는 단 하나의 관계만이 남게 됩니다.
<하나님의 자녀>!!!

(오래 전에 제가 그런 상상의 이야기를 쓴 적도 있지만)
그래서 저는 제가 나중에 죽어서 천국에 이르렀을 때의 광경을 상상해 봅니다.
틀림없이 그 맨 앞에 주 예수님과 함께, 저희의 딸이<었던> 로아가 환영을 나왔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았을 때의 모습일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둘은 분명히 서로를 너무도 확실하게 알아볼 것입니다.
로아가 마구 달려와서는 저를 끌어안고 방방 뛰고 소리치고 울며
(눈물이 없는 천국이랬는데 기쁨의 눈물도 없으려나?)
"아빠!!!" 하고 난리를 치고, 저는 "로아야!!" 하고 또 생난리를 칠 것입니다.

그때야 "딸아!" "아빠!" 하고 서로를 부르겠지만,
우리 둘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ㅎㅎ) 천국에서의 호칭을 쓸 것입니다.
천국에서는 뭐라고 서로를 부를까요?
남자와 여자 구분도 없을 텐데...
예수님이 우리는 천사와 같은 존재라고 하셨는데...

에잇, 그냥 "형제님" "자매님" 이라고 서로를 부른다 칩시다.
로아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저에게 그럴 것입니다.
"용덕 형제님, 지구에서 제가 형제님의 딸로 맺어져서 살았을 때
저를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형제님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했어요.
형제님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배웠고 깨달았어요.
16년 동안 저를 키우시면서 저에게 베풀어주셨던 그 커다란 은혜를
단 하나도 잊지 않고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분(!) 손을 맞잡고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이렇게 외치겠지요.
"아닙니다, 로아 자매님. 오히려 자매님을 저희의 딸로 키우면서
저희가 누린 행복과 기쁨이 얼마나 크고 대단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답니다.
자매님이 첫 걸음마를 뗐을 때, 저에게 난생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러주셨을 때,
자매님이 점점 자라서 어느 날 거제도에서 저에게 처음으로
"아빠, 고마와요" 하는 말을 하셨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십니까?
로아 자매님을 키우면서 실은 부모인 우리가 자라났답니다.
자매님을 키우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고,
자매님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음성을 들었답니다."

우리가 나눌 대화들을 어떻게 일일이 여기에 다 적을 수 있을 것입니까?
아마도 두고두고 예전에 지구상에서 같이 살았던 16년 세월의 추억들을
나누며 깔깔대고 웃을 것입니다. 거기에 잠시 후 <영옥> 자매님이 합류를 하고,
외할머니로 관계를 맺었던 <명숙> 자매님까지 합류를 하면,
그리고 로아 자매님의 남동생으로 6년간을 같이 살았던
<혁준/대한> 형제님까지 합류를 하면 아마도 거기가 아주 시끌벅적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한 자리 같이 차지하시고는 박수를 치며 말씀하실 것입니다.

*******************************

이 세상에서 맺어진 관계는 이 땅에서만 유효한 관계요,
애초에는 우리가, 완전히 별개의 한 거룩한 인격, 별개의 거룩한 존재였으며,
그리고 이후에 하나님나라에서도 우리는 완전히 별개의 거룩한 인격체와 존재로
새롭게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지구상에서의 삶도 달라질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당장 우리는 우리의 어린 자녀들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어제 제가 그것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들과 맞절을 하고 인사를 나누며
입으로는 "아빠, 갔다 올께" 하고 반말을 사용했지만,
제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귀한 하나님의 사람 혁준 형제님, 갈릴리마을에 가서 일하고 오겠습니다."

부모인 우리는 우리의 자식에 지나지 않는 철부지 아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우리를 다듬고 훈련하시는 하나님의 일꾼,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훈계하시는 하나님의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중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저 아홉살 짜리 하나님의 사람을
지극히 존중하고 존경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서 기대하시는 성품이요 인격입니다.
<혁준/대한>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저 하나님의 사람을
우리의 사사로운 탐욕과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르치고 양육하지 않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명령하시고 가르쳐 주신 하늘의 가치관과 법에 따라
저분을 양육하고 인도하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형상대로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저 하나님의 사람을 모욕해서도 안 됩니다.
훗날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때 저에게 왜 그러셨어요?" 하는
안타까운 말씀을 그분에게 들을 수도 있는(천국에는 그런 원망도 없겠지만)
그런 아픔과 상처의 말과 행동을 가해서도 안 되겠습니다.
지금 우리 눈에는 저분들(우리 자녀들)이 아직도 철없는 하찮은 아이들처럼 보여도
사실은 저분들은 그 철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가진 채로
우리 부모들을 다듬고 훈련시키시는 하나님의 사자들이며,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저 과정을 통해 배우고 훈련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혁준 형제님>이 조금 전에
직접 포도 한 송이를 씻어서 접시에 담아 내오셨습니다.
아직 엄마가 도서관에서 오지 않았는데,
자기가 대신 이 땅에서의 <아빠>를 위해 기쁨으로 서비스를 하시는 것입니다.
그 20분 전에는 시원한 냉수 한 잔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어이구, 우리 아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였는데,
제 마음 속으로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숙이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저에게 베풀어주신 이 호의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자녀들...
사실은 내 새끼, 내 소유가 아니라
<남>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주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고 섬기셨듯이
우리도 그 사랑으로 사랑하고 섬겨야 할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렇게 굳게 믿습니다.

그러니, 하나님 아버지께서 <로아> 자매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가
열여섯 해를 같이 머물게 하셨다가 그 바톤을 <혁준> 형제님에게 넘기게 하시고
그 자매님을 이제 다른 사명을 위해 주님나라로 불러올리셨으니,
아무런 원망도 불평도 없습니다.
그분의 사람을 그분의 좋으신 뜻대로 사용하시니
저희로서는 그저 그 처분을 아멘으로 받을 따름입니다.
로아 자매님은 열여섯 해의 주어진 사명을 훌륭히 감당하시고
다시 원래의 본향으로 복귀하셨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 미영 자매님과 같이 오셨던 그 젊은 엄마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열 두 살 짧은 생애를 마치고 훌쩍 떠난 그 아들도
자신이 파송받았던 그 사명을 다 이루고 주님나라로 복귀하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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