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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말갤러리퍼옴 -김준기-



먼저 전화하기


해달 -김양규장로님-



전화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전화하기 싫은 사람, 하기 곤란한 사람에게 먼저 전화하는 일이 그렇다.

어제 한참을 망설였다. 먼저 전화를 할까 말까. 그럴 땐 기도부터 하는 게다. “하나님, 우짤까요?” 하나님의 대답은 보나마나다.

“묻긴 뭘 묻노, 이놈아? 당연 니가 먼저 전화해야지.”


그래서 전화를 했다. 요즘 보니 나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던데, 혹 내가 잘못한 것 있으면 말해주시겠어요? 그런 전화를 했다.

쉽지 않았다. 무슨 말이든 듣겠다는 각오가 돼있었고, 혹 비난이 오더라도 구차한 변명 따윈 않겠다는 결심도 했다.

난 언제나 그렇게 한다. 누가 나의 허물을 말하거나 비난하면 가만히 듣는다. 그 말이 다 끝날 때까지 끽 소리 안 하고 듣는다.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 목구멍까지 차올라오는 말이 있어도 침 한번 꾸욱 삼키고 만다.

쉬운 일도, 만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럴 땐 그래야 한다. 폭풍이 몰아칠 땐 맞아야 한다.

거센 비바람이 쏟아질 땐 우산 따윈 아무 필요가 없다는 걸,

아예 알량한 우산일랑 던져버리고 그냥 맨몸으로 맞는 것이 싸게 치인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어제도 그랬다. 나름대로 각오하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고 나니 참 감사했다.

별일 아니었던 것, 오해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화하길 잘했다는…



인류의 역사는 오해의 역사라 했던가. 의문이 생기면 물어보면 될 것을,

그냥 속으로 혼자서 온갖 소설만을 써대며 오해를 쌓아가는 역사라고 말이다.

먼저 손 내밀면 되는데, 먼저 용서하고, 먼저 이해하고, 먼저 사과하고, 먼저 사랑하면 되는데…

성경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랑은 힘이라는 것, 진정 힘이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힘이 없으면 머릿속에서 뱅뱅거릴 뿐 먼저 손 한번 내밀지 못한다.

사과하지도, 용서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먼저 전화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말이다.


크리스천은 그럴 때 기도한다. 기도하므로 힘을 얻는다. 하나님의 힘, 그 공급해주시는 힘으로 먼저 전화기를 돌린다.

사랑해야 하기에,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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