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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거 아무 필요없어! 해달-김양규장로님글-



며칠전 꿈에,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나타나셨다.
생전에 한번도 성을 내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은 분이,
그날은 정색을 하며 눈을 부라리며 나타나셨다.
그리곤 나에게 말하셨다.
' 똑똑한 거 아무 필요없어! 그거 말짱 헛거야.
그거보다 더 중요한게 있어.'

놀라서 잠을 깼다.
장인 어른, 인자하신 장인어른이 생전에 한번도 보여주시지 않았던 표정.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이 되어서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뚜렷이 잔상이 남아있다.

왜 그러셨을까.
무엇때문에 그러셨을까.
왜 똑똑한 거 아무 필요없다고 하셨을까.

혹시 나보고 하신 말씀은 아닐까.
내가 똑똑한 척, 까칠하게 구는 걸 보고 그러신건 아닐까.
정말 똑똑한 사람은 똑똑한 척 않는데,
가똑똑이가 어딜 가나 똑똑한 척 나대는데..

김용태 교수(상담사역자, 횃불 트리니티 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남자는 집안에서 좀 어수룩해보여야 한다고.
부인 앞에서 남편은 좀 어뭉한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했다.

부인이 뭘 물어도 우물거리고,
무슨 말을 해도 끝을 흐지부지하게 흐리고,
그래서 좀 애매하고 모호하게 말할 줄을 알라고 했다.

애매성과 모호성은 웃음을 낳는다고 했다.
그래야 부인이 좋아하고 마음을 놓으며 웃는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좀 어슬렁거릴 줄 알라고 했다.
쓸데없이 부엌을 왔다갔다 하고,
부인옆을 일없이 오가면서 이런말 저런말, 실없는 말도 푹푹 내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그런다고 했다.
그렇게 할 줄을 안다고 했다.
아내 앞에서 똑똑한 척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자가 눈을 반짝이며 불을 켜는 것은 밖이지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가 지성을 번득이며 날쌘 표범처럼 행동하는 건
집바깥에서지 집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명한 남자는 집에서 그럴 줄 안다고 했다.
다소 어뭉하게 어슬렁거릴 줄 안다고 했다.

남자가 집안에서 너무 날카롭고 똑 부러지게 행동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모든 가족들이 겁을 먹고 긴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자는 힘이다.
안그래도 힘이 센 남자가 집안에서 마저 힘을 잔뜩 들이고 있으면
모든 가족들이 주눅이 든다고 했다.

힘센 남자, 밖에서 잘 나가고 세상에서 알아주는 남자들이
집안에서 그 힘을 빼지못한 때문에 가정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집은 힘을 주는 곳이 아닌데, 힘을 빼는 곳인데,
집에서는 눈을 반짝이는 곳이 아닌데,
집안에선 눈을 번득이는 곳이 아닌데 말이다.

언젠가 한번 썼던 글이 생각난다.
교회에서 빛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말씀,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빛이 되는 사람이지 교회에서 빛이 되는 사람이 아니란 말씀, 그 말씀이 생각난다.

교회는 빛이 되는 곳이 아니라,
예배하는 곳이고 봉사하고 섬기고 훈련받는 곳이기 때문에 말이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그걸 안다.
똑 부러질 때와 그러지 말아야할 때,
확실할 때와 어뭉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그 구분을 안다.

하지만 정말 어뭉한 사람은 그걸 못한다.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에 집안에 들어서도 힘을 뺄 줄 모른다.
여전히 눈알을 부라리며 사자후를 발한다.

반백을 넘은 나이에 깨달은 지혜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닫게 하시니 그것도 감사하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몰랐으면 우쨌을꼬.

알면서도 자꾸만 까먹는다.
그러니 장인어른이 화가 나신 모양이다.
내가 하도 까먹어대니 꿈에까지 나타나서 호통을 치신 모양이다.

좀 어뭉한 사람이 되라고,
똑똑한 척 까칠대지 말라고.
정말 현명한 사람이 되라고 주시는 그 교훈 다시 한번 찐하게 받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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