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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게시판

갈말갤러리서 퍼옴


낙엽의 이유

-해달 김양규장로님글-




단풍인가 했더니 어느새 낙엽이다.
단풍구경 한번 제대로 못하고 낙엽을 밟는 허무함,
뭐가 그리 바빴는지,
홍황색 고운닢에 눈길 한번 못주고 갈을 보내버렸다.


이제 겨울이다.
어제가 입동.
겨울에 들어선다는 날이다.

겨울에 나무는 발가벗는다.
발가벗은 나무를 나목(裸木)이라 한다.

겨울에 나목은 눈을 맞는다.
펄펄 내리는 눈은 나목의 가느다란 가지에 얹힌다.
그러다 녹는다.

그러기 위해서 이파리는 떨어져야 한다.
이파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이파리에 쌓인 눈무게에 겨워 나무가 쓰러진다.

뿐아니다.
이파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겨울의 한파, 찬바람에 나무가 뿌리째 뽑혀날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나무는 겨울에 옷을 벗는다.
이파리, 거추장스런 이파리를 미리 다 떼어낸다.
그게 낙엽이다.

이파리 없이,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런 것 없이 가벼운 몸,
그 하나만 건사한 채 겨울을 지낸다.
겨울을 지내는 발가벗은 힘,
우린 그것을 나력(裸力, naked strength)이라고 한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다.
그래야 생명을 잃지 않는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어렵고 힘든 광야, 광야길을 갈 때는 모든 거추장스런 짐들을 다 벗어야 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털 것은 털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빈몸으로, 맨몸으로, 가벼운 몸으로 고난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나력,나력으로 말이다.

이것저것, 고급스런 것, 사치스런 것,
아직도 육체에 미련이 있거나 욕심이 있어서는 안된다.
아직도 물질에 탐욕이 있거나 집착이 있어서도 안된다.

영적인 길, 고난의 겨울을 통과하기 위해
우린 먼저 그 모든 부담스런 이파리들을 다 떼내어버려야 한다.
하나님 앞에 한점 가리움이나 숨김이 없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쓰러진다.
그것때문에, 화려하고 이쁘게 보이는 이파리때문에,
그 이파리가 감내하지 못한 그 무게때문에 무너지고 쓰러지고,
생각지도 않았던 뿌리째 뽑히는 지각변동이 생긴다.

나력이다.
맨몸으로 버티는 힘,
최소한의 에너지로 지탱하는 힘이다.

나무는 겨울에 자란다.
겨울에, 살을 에는듯한 추운 겨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 맨살로 그 추위를 견디며 강해진다.

겨우내 몸체속에서는 뜨거운 피가 끓기 때문이다.
발가벗은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려고
겨울엔 더욱더 뜨거운 피가 힘찬 고동을 울리며
뿌리에서 부터 세차게 뿜어 올라오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다.
환난의 겨울, 고난의 겨울을 맞이하면 맨몸이 된다.
맨몸, 발가벗은 몸뚱아리로 버텨야 한다.

가식의 옷, 위선의 옷,
그리고 외식의 옷가지들 다 집어던져버리고
맨몸, 맨몸뚱아리로 그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만 자란다.
그래야만 생명을 잃지 않는다.

아니,
나무가 그러하듯이
겨울에 맨몸으로, 나력으로 버티며 더욱더 뜨거운 피를 뽑아올린다.

광야길을 가면서 광야의 겨울에 더욱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건
우리들 그리스도인들만 아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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