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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범강의노래

 또 하나의 나오미와 룻을 꿈꾸며  / 김진양 집사 (믿음1교구 183예친) [2015.5.17]


어언 15년 반이 되어간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저녁! 갑자기 퇴근 후 어머님과 저녁 식사를 하며 식탁에서 어머님께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어머님! 어머님이 안 계시면 전 어떡하지요? 집이 허전하고 무섭고 이상할 것 같아요.” 그랬더니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길 “당연하지. 함께 산 시간이 얼마인데. 개도 그렇게 데리고 살다가 없어지면 허전할 건데.” 그렇다. 어머님과 함께 한 시간들이 이렇게 오래 되었다.

 

첫째가 태어난 1999년에 30년을 살아왔던 대구를 떠나 시어머님과 손위 시누이가 살고 있는 김천으로 이사를 갔다. 시어머님은 친손주 셋을 돌봐 주고 계셨는데 우리 아이가 태어나자 외손주를 두고 친손주인 우리 아이를 돌봐 주시기 위해 대구로 오시려고 하셨다. 우리 부부는 시누이 가족이 염려되어 불편함을 감수하며 시누이 집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 가던 날 어머님은 형님에게 “야들이 내랑 니 믿고 오는데 잘 해 줘래이. 잘 못해도 뭐라 카지 말고. 가르칠 거 있으면 내가 할 거니까 시누질 일랑 아예 할 생각마라”고 말씀하셨다. 김천으로 이사 간 후 “네가 밥 해 먹고 다녀라” 라고 말씀하셨던 어머님은 아침 6시 20분에 나가 밤 9시가 넘어야 돌아오는 며느리에게 며칠 만에 손을 들고 부엌살림을 도맡아 하실 수밖에 없었다.

 

사실 김천에 가서 등록하고 싶었던 교회가 따로 있었지만 어머님이 다니셨던, 조금 내분이 있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거의 10년간 우리 부부는 나름 열심히 봉사를 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 시누이의 아이들도 장성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우리도 대구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님은 거의 20년을 지내시던 그 곳을 떠난다는 것이 힘드셨는지 계속 반대를 하셨고, 2년의 설득 끝에 어머님도 우리와 함께 대구로 오시게 되었다. 대구로 오면서 집 근처에 마침 이관형 목사님께서 계신 것을 알고 내일교회로 등록하게 되었다. 교회차량이 집 근처에 오지 않아서 어머님은 자유롭게 새벽기도회나 수요예배, 금요 심야기도회도 가실 수 없어 주일에만 우리 부부와 함께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을 영접한 직후부터 새벽제단을 쌓으신 어머님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말씀 묵상을 하신 후, 식사 준비를 하셨다.

 

나는 어머님이 밥 짓는 소리에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며느리에게 꼭 간식을 넉넉히 챙겨 주시며 별 보고 나가서 달 보고 들어온다며 꼭 엄마처럼 차조심할 것을 당부하신다. 옷을 사 입어도 우리 진양이는 피부도 뽀얗고 몸매가 이뻐서 싼 옷을 사 입어도 이쁘지만 꼭 좋은 옷을 사 입으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님 옷을 사드리면 나는 곧 죽을 건데 뭐 하러 좋은 거 사주시냐며 쓸데없이 돈 쓰지 말라고 하신다. 주말마다 서울서 내려오는 남편은 나와 어머니를 보면 늘 룻과 나오미라고 놀린다. 그러면서 가끔씩은 ‘아니다, 그러면 내가 죽어야 하잖아. 그리고 보아스랑 다시 결혼해야하니까 룻이라고 부르면 안되겠다’고 고쳐 말하곤 한다.

 

그렇다. 어머님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머무시는 곳에 나도 머물며 어머님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을 믿는다. 항상 신앙으로 4남매를 키우신 어머님! 그보다 더 귀하게 우리 두 아이를 양육하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못 먹는 음식도 없고 잘 아프지도 않고 성격도 좋다. 늘 기도로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 기도하신다. 요즘 어머님은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신다. 자식 기도는 어디 가지 않는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괜찮지만 내가 죽으면 손주들 기도는 너의 몫이다. 물질적인 유산보다 믿음의 유산이 크다며 우리 부부가 기도 생활을 잘 하도록 늘 권면하신다. 어머님은 눈이 어두우시면서도 성경을 1년에 5독씩 하시며 항상 말씀으로 우리 가족의 영적 지도자가 되어 주신다. 출근 시간 관계로 새벽 기도회를 간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는데 전반기 특별새벽기도회 때 301반의 숙제이기도 했지만 어머님이 너무 가시고 싶어 하셔서 큰 결단을 내렸다. 힘들 줄 알았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직장과 가정의 모든 상황들을 허락하셔서 어머님과 완주를 할 수 있었다. 그 감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교구 전도사님이 바뀌면서 나를 모르실 줄 알았던 송민애 전도사님께서 예배 후 물으신다. “엄마 어디 가셨냐고?” “네? 엄마요? 우리 어머님요?” 딸이 아니냐고 물으신다. 나는 웃으며 “전 며느린데요.” “세상에? 그랬냐고?” 전도사님은 딸인 줄 아셨다고 하셨다, 너무 다정해서. “16년을 같이 살았어요.” 어머님을 모시고 사냐고 물으신다 “아니요.” “어머님이 저희를 모시고 사세요.” “어떻게 그렇게 사세요?” “저한테 잘해 주시는데 제가 잘 안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 어머님은 나에게 친정어머니 이상이시다. 인간관계는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이다. 어머님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 또한 어머님을 존경한다.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의 어머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어머님! 이때껏 저희 돌봐 주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어머님 그렇게 모실 수 있도록 꼭 오래 사셔야 해요. 아셨죠?

 

(가족 안화자 권사, 박종인 집사, 성민, 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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