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범강의노래
Diet, 우상이 된 나의 건강 서보영 집사(사랑1교구 562예친)
Diet, 우상이 된 나의 건강 서보영 집사(사랑1교구 562예친)
3년 전, 남편이 포항으로 발령 나자 우리는 예상치 못한 주말 부부를 해야 했습니다.
갑작스런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거나 염려하기 보다는 18년 부부생활에 대한 각자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듯하여 주신 환경을 순적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때는 아이들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나이여서 아빠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기보다 아내로서의 자유함을 얻은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제일 먼저 찾아온 자유는 식탁에서의 해방이었습니다.
반찬 꺼리가 걱정인 주부였기에 남편 없는 밥상은 언제나 대충이었습니다.
아침은 빵과 씨리얼이 주 메뉴가 되고, 저녁은 외식과 배달 음식으로 때우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빠 오는 주말이 되면 그제야 아이들도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밤늦게까지 야식을 먹으며 영화 보는 것은 일상의 취미가 되었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많아져 집안일도 미루는 일이 빈번했었습니다.
주말 마다 오는 남편은 그런 나의 삶을 눈치 못 채고, 자신의 역할을 내가 다 떠맡아 고생하는 줄 알고 미안하다는 말로 늘 위로해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말 부부를 지낸 2년의 시간은 마치 문짝이 돌쩌귀를 따라 도는 나의 게으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2년의 주말 부부를 마무리 할 때 쯤 나에게 찾아온 자유의 결과물은 16kg이나 늘어난 체중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옷을 살 수 없는 체형의 서러움도 잠시, 비만으로 찾아온 나의 건강에 대한 빨간 신호였습니다.
건강 검진의 결과를 보며 체중 감량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독한 마음을 품고 건강식품과 운동을 병행하며 여자들의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식단은 정말 독하게 제한하며 조절했고, 어쩌다 식욕을 참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먹은 날이면 밤 12시까지 러닝머신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허다해졌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다이어트 대회를 참가 하게 되면 3일 연속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나도 내 자신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건강이 회복되면서 6개월 동안 15kg이라는 체중을 감량했습니다.
예전에 입었던 옷들이 들어가고 복근이 생기니 나도 모르는 묘한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나의 변화를 알아보고 부러워하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다이어트 어떻게 했어요?”본의 아니게 다이어트 전도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많아지자 체중 감량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기면서 피트니스 대회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이어트에 집중하면 할수록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이건 아닌데 싶다가도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던 터라 그런 마음은 무시해버렸습니다.
그리고 피트니스 대회 일주일을 남겨두고 말씀 한 구절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니라. (고후 4:18)”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하루 종일 내 머리를 메아리 치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건강을 넘어서 보이는 체형과 체중에 집착하는 나의 이 모습을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성경은 하루 한 시간도 못 읽으면서 운동은 서너 시간도 참아내고, 영혼을 위한 금식 기도는 못하면서 다이어트를 위한 단식은 잘하며, 구령의 열정은 감춰 놓고 다이어트 열정만을 외쳤던 나의 모습들. 하나님으로 인한 행복보다 체중 감량으로 인한 행복감이 더 커지고, 주님이 주는 칭찬보다 사람들의 인정이 더 귀에 쏠리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안타까워하시며, 하나님께서는 나의 이 모습을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우상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쯤이면 하나님께 회개하고 정리해야 하는데 끝까지 내려놓지 못하는 내 모습의 잔재가 있었습니다.
나의 이런 어리석음이 바닥을 치고, 땅 속 지하까지 내려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왜냐면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고 우승자로서의 결과물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이번 피트니스 대회만 출전할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모든 것 싹 정리하고 멈추겠습니다.’나는 중독된 환자인양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완전히 끝맺음을 못하고 있는 나의 우유부단한 성품을 아시고 피트니스 대회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탈락하게 만드셨습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어 다이어트라는 그 우상의 구덩이에서 건져내시는 하나님의 방법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제야 다이어트에 관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미련이나 아쉬움도 없는 정말 홀가분한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떠난 다른 것을 통해 행복해 하거나 평안을 얻고 만족해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시며, 이번 나의 다이어트를 통해 모래에 집 짓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지혜로운 자가 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후 다이어트 식단에서 일상의 식사를 하게 되니 조금씩 요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허무했습니다. 바람 불면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었던 나의 지난 시간들, 잠간의 보이는 것에 온 에너지를 쏟았던 나의 부끄러운 시간들을 돌아보며, 올 한해 남은 6개월은 새벽 기도 회복과 성경 일독의 재도전 실천으로 반석 위의 집을 짓고 보이지 않는 영원함에 내 삶이 이끌려 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끌어 주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가족 : 김진해. 은총. 은규. 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