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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범강의노래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131예친 안영식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쉬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경찰인데 형이 좀 다쳤으니 빨리 오라고 했다.

어머니와 누나가 급하게 나갔다.

밤새 소식이 없었다.

새벽녘에야 연락이 왔다.

어디에 있는 병원 영안실로 빨리 오라고.
 초라한 영안실의 작은 액자 속에서 형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오열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한 쪽 구석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고 계셨다.

함께 갔던 누나는 부모님을 대신해 일을 처리하느라 울 여력도 없어 보였다.

경찰은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고 했다. 형은 변을 당했고 같이 있던 형의 친구는 찰과상을 입었는데, 형이 운전을 했기 때문에 가해자이고 형의 친구는 피해자라고 했다.
  이상했다.

우리 집에는 오토바이도 없었고 형은 평소 오토바이를 몰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그런 사고라면 운전자가 찰과상을, 그 뒤에 탄 사람이 변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더구나 사고 장소에 처음 도착한 경찰의 조서에도 형은 뒤에 탔고 친구 형이 운전했다는 친구 형 본인의 진술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진술은 그 지역에 살고 있던, 그리고 그 지역의 유지였던 친구 형 가족들이 경찰서에 먼저 도착을 하면서 그렇게 번복이 되어 있었다.
  군 제대 후 복학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던 형은 다니던 대학을 졸업한 후에 신학을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신실한 형이었다.

그런 형이 변을 당하다니. 더구나 피해자도 아닌 가해자라니.

경찰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운전을 목격한 그 지역 증인들은 모두 침묵하였다.

어릴 적부터 당연한 것으로 믿어 왔던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매일 밤 아버지는 술에 취해 원통해 하시며 통곡을 하셨고 어머니는 두 눈이 퉁퉁 부은 채 소리 없이 흐느끼셨다.

내 마음 또한 하나님과 세상(경찰)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 채워졌다.

그 때 나는 수능 1세대로서 첫 번째 대입 시험인 8월을 불과 넉 달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공부가 될 리 없었다. 그런 상태로는 책의 한 줄도 볼 수 없었다. 아니, 보기 싫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CCC라는 선교단체를 만났고 예배와 모임, 여러 형제들의 섬김을 통해 하나님은 원망과 분노로 점철되어 있던 나의 차디찬 마음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만져주시기 시작하셨다.

그러던 중 방학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나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교회를 부정하시던 아버지께서 교회를 나가고 계셨다!

여전히 밤에는 술에 취하신 상태였지만 아버지의 통곡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원망과 분노의 탄식에 후회와 자책의 통곡이 보태져 있었다.

아버지는 구겨진 종이를 들고서 그 안에 쓰인 무언가를 소리 지르듯 부르고 계셨다.

 “주님 것을 내 것이라고 고집하며 살아왔네. 금은보화, 자녀들까지 주님 것을 내 것이라….”

형이 아버지께 예수 믿으라고 그렇게 권했는데 내가 안 믿어서 형이 그렇게 되었다면서 밤 새 우시는 것이었다.
  몇 해 전 아버지께서는 퇴임 장로가 되셨다.

누군가 얘기하였다. 형이 우리 집에서 선교사 역할을 한 것이라고. 그래, 긍정적 관점으로 결과를 보면 그런 해석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희생을 치르고서야 아버지가 돌아오셔야 했는지에 대해 서운함이 남아 있다.

여전히 이 상황을 전적인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문에 이 일은 나에게 완전하게 이해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보이는 ‘희미한 일’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심을 믿는다. 주시기도 하지만 거두실 권한도 있는 분이시고, 생명의 주인이시며, 선하시고 완전하신 분이시다.

그리고 그 분의 지혜와 뜻하신 바를 나로서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다. 때문에 바울 사도의 고백처럼 그저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인정하며 언젠가는 이 일을 온전하게 볼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는 눈과 믿음을 주시기를 기도해 본다.

 <가족: 박정희c 집사, 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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