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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이야기

아내가 피아노를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엉덩이가 무거운 학생을 보았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학생입니다. 한 학생은 선교사님 자녀인데 4살 쯤에 캄보디아에 와서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입니다. 그 동안 이 선생님, 저 선생님한테 배우기는 했는데 기본자세훈련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제법 치는 학생입니다. ‘잘 칠 줄 모르는 학생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말도 들어서 서러움도 있었답니다. 아내가 기본적인 자세에 대하여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는 법, 손가락 하나하나의 모양, 건반을 칠 때에 손가락의 어느 부분이 건반에 닿아야 하는지? 소리 하나하나를 건강한 소리가 나도록 쳐야 한다는 것, 이음줄이 있을 때에 손가락의 동작 등,(이것은 아내가 가르칠 때에 제 수준에서 알아들은 말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가르치고 나니 제가 들어도 소리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꼼짝 않고 피아노를 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오늘은 그만 치자’고 하고서야 일어났습니다. 첫째 딸이어서 그런지 왠지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습니다. 마치 나래를 보는 듯 하였습니다.
또 한 학생은 티어리엄이라는 5학년 캄보디아 어린이입니다. 일 주일에 두 번씩 아빠가 오토바이로 태워줍니다.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아빠는 오토바이 운행을 합니다. 오토바이 운행이 직업인데 거리에 따라서 요금은 다르지만 4Km면 4,000리엘, 1달러 정도의 수입입니다. 어머니는 두 초등학교에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두 사람의 수입을 합하면 200달러가 조금 넘을 것입니다.) 토요일 오전에 와서 연습을 하는데 역시 1시간 반 가까이 꼼짝하지 않고 연습을 하였습니다. 수요일에는 학교가 휴교일 뿐 아니라 집이 멀어서 피아노 연습을 쉬었더니 처음에는 좀 헤매었습니다. 꾸중을 들으면서도 잘 참고 곧 배운 데로 칠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꼼짝도 않고 열심히 치는 모습이 대견해서 잘 했다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두 학생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어머님이 저의 딸들인 두 손녀에게 하셨던 말씀입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한단다.’ 물론 공부는 머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끈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바라기는 두 학생이 아내를 통하여 피아노 연습이 한층 재미있고 효과적이기를 원합니다. 그 동안 제대로 레슨을 받지 못했던 학생은 자세가 교정되고 소리가 아름다워져서 피아노를 치는 수준에서 연주하는 수준으로 향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5학년 티어리엄 어린이는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배워서 장래에 캄보디아에서 훌륭한 피아노 연주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티어리엄은 호산나학교에서 리코더를 함께 부르고 있으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이입니다.
제 눈에는 두 학생 모두 엉덩이가 무거운 학생처럼 보입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이 게임에 중독되고 핸드폰에 중독되어 오래 앉아 있지 못해서 피아노를 가르치는데 애를 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곳 캄보디아에서는 청소년들이 아직은 게임에 중독되는 현상들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이 그들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주는 귀한 사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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