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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이야기

3월 마지막 주간 고난 주간에 몇 번의 새벽기도회를 참석한 이후 4월에 들어와서도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멀어서 매일 참석하는 것은 좀 힘이 들지만 2-3번씩은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여유가 생긴 것은 2단계 언어공부는 오후 시간에 하기 때문입니다. 2단계 과정 중인 4-6월에는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에는 새벽기도회를 하지 못하고 혼자서 묵상하고 일기를 쓰는 시간을 가졌지만 한인교회에 가서 엎드려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 더욱 간절하게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5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접어들면서 기도의 제목들도 더욱 구체적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교지에서는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 아니라 인간의 지혜도 필요함을 날마다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지혜가 필요한 영역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첫째, 더위에 육체적으로 쉽게 지칩니다. 만나는 선교사마다 헬스클럽(수영장과 사우나가 있는)을 권유하지만 회비도 생각해야 하고 왠만한 부자가 아니고는 현지인이 드나들 수 없는 곳에 선교사가 드나드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과 이기는 방법을 지혜롭게 찾아내어야 하는데 자주 머리를 감고 물로 얼굴과 팔을 씻어서 몸을 식히는 것, 그리고 수건을 적셔서 목에 두르는 방법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 캄보디아어 수업시간에 수건을 물에 적셔서 목에 둘렀더니 한결 좋았습니다. 집에서는 웃통을 벗고 젖은 수건을 어깨에 두르고 더위를 이깁니다.(참고로 요즈음 실내온도는 35도 이상입니다)

둘째, 정서적인 부분은 주로 사람과의 만남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문제입니다. 특히 호산나학교에서의 한국어 시간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합니다. 어느 선교사님은 혈압이 있는데 중고등학생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워낙 좋지 않아서 그것을 참느라 뒷골이 당겨서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2년동안 한국어를 가르쳤던 여 집사님 한 분도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었습니다. 저도 참느라 무지 고생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선교사들이 현지인들과의 관계에서 힘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선교사끼리의 만남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많이 만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자칫 불필요한 만남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있습니다. 자기 사역에 충실한 선교사는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말씀, 기도, 독서, 사역을 위한 꾸준한 준비, 언어공부, 이것만 하여도 얼마나 집중해야 되는지? 정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참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매일은 못하지만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셋째, 사역에 대한 기도입니다. 앞으로 어떤 사역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인가? 어떤 사역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지역과 대상과 사역의 내용에 대한 기도를 지속적이고도 구체적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사역의 준비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공부는 당연합니다. 어린이들이 부를 수 있는 캄보디아어로 번역된 쉬운 복음송을 찾아서 정리하고 하나씩 익히는 것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좋은 한국동요나 좋은 외국 곡들 중에서 번역된 것이 있는지를 학인하고 그런 곡들을 모으는 일입니다. 캄보디아의 노래들은 일단은 단조롭고 시끄럽습니다. 라디오를 들어보기도 합니다만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조용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감미로운 리듬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결혼식에는 큰 스피커로 온 동네가 울렁거릴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어서 저의 가슴도 쿵쿵거려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선교사들은 동네에 잔치가 있으면 다른 선교사님의 집으로 피신했다고 합니다. 밤이 늦도록 춤을 추는 것이 이들의 문화입니다. 현지교회들도 드럼도치고 기타도 치고 신디사이저도 연주합니다. 리듬박스를 틀어 놓고서 반주를 하는데 무슨 뽕짝노래 같아서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교사들이 청년들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는데 기타를 좀 배워서는 야간업소에 나가서 돈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래서 그런지 찬양반주가 뽕짝인데다가 시끄럽습니다. 찬양이 찬양답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요즈음에는 언어공부도 언어공부이지만 사역의 대상으로 삼은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음악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넷째, 어떤 선교사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이 생각하고 기도합니다. 아무래도 저의 기질과 성격과 가치관으로 봐서 좀 이질적이고 별난 선교사로 느껴지게 될 확률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든다면 단기선교팀을 받을 때에 참 까다로운 선교사가 될 것 같습니다.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을 찾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 중에 가장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무분별한 단기선교 때문에 선교현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오는 단기선교팀들을 무조건 받다 보니 선교현장이 오히려 단기선교팀의 방문목적을 이루어 주고 봉사에 대한 성취감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전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교현장의 절실한 필요를 채워주고 돌아가는 것 보다 단기선교팀의 성취감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선교현장의 주민이나 학생들이 단기봉사활동에 자주 동원되고 가난하기 때문에 작은 봉사와 선물에도 좋아하는 모습에 너무 감동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주로 그런 봉사활동들을 카메라에 담아서 보고를 합니다만 진작 선교지에서 선교사와 현지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는 관심이 부족합니다. 힘든 상황은 한국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요즈음 기도하는 시간만 되면 자꾸만 저의 마음에 강하게 묻는 질문이 ‘너는 어떤 선교사가 될것이냐?’ 입니다. 선교사들과 자주 어울리고 사역도 적당하게 한다면 하나님께나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힘들어도 좁은 길로 가야 한다는 기도를 많이 하게 하십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고 만나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사역에 충실해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다섯째,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모든 어린이들의 필요를 채울 수 없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에게 동일하게 대할 수 없습니다.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비록 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그 중에는 하나님 나라의 신비로움을 담을 수 있는 깨끗하고 준비된 영혼이 있을 것입니다. 입과 귀와 눈과 손과 마음이 음악소리에 열리는 그런 어린이가 있을 것입니다. 소리의 신비함, 음악의 신비함, 화음의 신비함, 찬양의 신비함에 마음이 열리는 어린이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 어디를 가든지 그런 어린이들을 보내주십시오. 그런 어린이들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지금 리코더를 가르치고 있는 20여명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이 어린이들이 시골 지역에 음악을 전파하는 귀한 도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어린이들 중에 몇 몇 어린이들에게 아내가 집중적으로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지금은 두 어린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섯째, 입과 귀, 눈과 손, 마음이 음악에 열린 어린이들에게 재능을 기부할 한국의 청년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먼저는 두 딸, 나래와 한나가 와서 이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더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한국의 청년들도 이 곳에 와서 신비로운 음악의 세계를 가르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멜로디혼, 실로폰, 하모니커를 가르칠 것입니다. 그리고 바이올린, 첼로, 플륫, 클라리넷도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어린이들에게 제가 먼저 한국어를 가르치고 영어도 가르칠 봉사자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일곱째, 이 어린이 하나 하나를 위하여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후원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단체와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물론 저를 만나는 모든 어린이에게 동일한 기회가 주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 믿습니다. 후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한 어린이의 인생이 음악을 통하여 새롭게 되고 장차 캄보디아에서 음악으로 봉사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일에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3일 한국에서 캄보디아 땅으로 왔습니다. 1차적으로 2022년까지 앞으로 10년을 두고 기도합니다. 먼저 이 10년의 시간 동안에 필요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기도제목들 모두가 저의 꿈과 소망이지만 하나님께서 간섭해 주시고 조정해 주시고 인도해 주셔서 아름다운 열매 맺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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