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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이야기

모두들 떠나 조용한 프놈펜

캄보디아 신년은 4월 14일입니다. ‘쫄츠남’이라고 부릅니다. ‘쫄’은 ‘들어가다’는 단어이고 ‘츠남’은 ‘해’라는 단어입니다. ‘해에 들어가다’ ‘새로운 일년에 들어가다’는 뜻이라고 보면 됩니다. 학교는 공식적인 공휴일은 3일인데 대부분 일주일 정도 쉬고 공립학교는 보름 정도 방학을 합니다. 왜 4월 중순이 신년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쉽게 답이 나왔습니다. 프놈펜이 북위 11.5도인데 해가 북위 11.5도를 지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해가 동지 때에 남위 23.5도까지 물러갔다가 춘분에 적도를 지나서 점점 하지 때인 북위 23.5도를 향하여 올라갑니다. 그래서 그림자의 방향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뀝니다. 4-8월은 그림자가 남쪽으로 생기고, 9-3월은 그림자가 북쪽으로 생깁니다. 북향인 집은 4-8월에 햇빛이 앞에서 비칩니다. 그래서 집 앞이 엄청 뜨겁습니다. 집 앞이 뜨거우니 그 뜨거운 열기가 문 하나 사이의 거실로 들어오게 되어서 거실도 아주 덥습니다. 35도를 오르내립니다. 그래서 집 앞에 그늘 막을 치기도 합니다. 저도 그늘 막을 만들어서 설치를 했습니다.
해가 머리 위를 통과하는 가장 더운 때가 신년휴일이어서 모두들 고향으로 가는데 프놈펜 시내가 텅텅 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교사 사회도 많은 선교사들이 프놈펜을 떠난다고 합니다. 소문을 듣자니 너도 나도 프놈펜을 떠난다는데 해발 700여 미터가 되어서 시원한 북동부 산지인 몬돌끼리, 나타나끼리로 많이 갑니다. 거리는 7-10시간 거리입니다. 혹은 인근 국가인 베트남, 라오스, 태국으로도 간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우리도 어디로 떠나자고 합니다만 선교 초년병이어서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왠지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다들 떠난다고 하는데 우리는 남아서 무엇을 하나? 갑자기 한국 생각도 납니다. 마치 구정 명절에 모두가 고향을 향하는 것처럼 부모님과 자녀가 보고 싶어집니다. 언젠가 한국에 갈 날이 오겠지요.
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돈 문제입니다.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지만 재정의 여유도 있어야 떠나지 않겠습니까? 아직 충분한 후원이 없을 뿐 아니라 어딜 구경가는데 돈을 쓴다는 것이 제 마음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한국교회에서 보내오는 선교헌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데 놀러 가는데 쓴단 말입니까? 저의 이런 생각에 대하여 아주 좋게 볼 수도 있겠고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쉴 때는 쉬어가면서 좀 여유를 가지고 선교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저의 마음은 오로지 이런 마음입니다. 지금의 생각도 모두가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받아 성실히 순종하려고 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서 여행을 할 때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저도 즐겁게 여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런 것입니다. 선교사로서의 삶의 자세입니다. 특히 늦깍이 선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하여튼 요즈음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선교지에 와서 듣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저의 마음에 깊이 박힙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선교해야 하나?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목표와 방향은 점점 구체화되어 가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생각을 많게 합니다.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마음이 아픈 내용은 존경 받는 고참선교사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10년 이상 된 선교사들은 적어도 1,000 만원 이상의 후원금으로 제왕처럼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선교사들 간에도 심각한 질시와 반목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선교사와 그들의 자녀들의 생활과 현지 사역자와 자녀들의 생활에서 오는 격차와 이질감들이 현지사역자들 에게도 너무나 큰 벽이요 실망이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선교사들과 자녀들은 저렇게 호화롭게 살고 현지목회자들과 자녀들은 여전히 현지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삶에 대한 소망이 없어 목회나 선교사에 대한 생각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저 선교사의 주머니만 바라보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많은 교회를 개척하고 한국에서 재정후원을 받아서 교회를 짓고 사역자를 세워서 신학교에 보내어 공부를 시키고 월급을 주고 교회를 맡깁니다. 그런데 사역자가 스스로 사명을 받아 목회자가 되겠다는 것 보다는 선교사가 권하니 신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사역자가 되다 보니 사명감이 부족합니다. 본인의 사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교사가 권해서 신학교에 왔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선교사가 다 해 주어야 하고 다른 신학생들이나 사역자들과 비교해서 열등하면 불평을 하고 돈을 요구하고 쉽게 떠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이런 사역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하여 신학교를 세웠는데 신학교가 오히려 사역자들끼리 서로 대우를 비교하고 불평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심지어 한 사역자가 여러 명을 선동해서 처우가 나빠서 사역을 그만두겠다고 선교사에게 집단행동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역자들을 프놈펜에 있는 신학교로 보내지 말고 지방 한 지역에 따로 모아서 교수들이 직접 와서 가르쳐달라는 선교사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고 돈으로 다 해결하여는 일부 선교사로부터 비롯된 일이기도 합니다.
주일 오후에 무슬림인 짬족을 대상으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 부부와 프놈펜 근교의 한 마을을 정탐하였습니다. 아주 큰 마을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두 곳의 교회를 방문했는데 한 곳은 캐나다 선교사가 후원하는 교회이고 한 곳은 한국선교사가 후원하는 교회였습니다.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한 곳은 100여명 이상의 어린이, 학생, 어른들이 모여서 오후예배를 준비하고 있었고 한 곳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문이 닫혀 있는 한국선교사가 후원하는 교회는 그 동안 들었던 대로 신학교에 다니는 젊은 사역자가 담당을 하고 있었는데 교회의 모습이나 사역자의 주택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통해서 선교사를 보니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의 모습은 초라한데 인근에 14만불(1억 5천만원 가량)짜리 땅을 구입해 놓았다고 합니다. 엄청난 돈입니다.
한국선교사들은 왜 땅을 구입하는데 앞장서고 교회 건축을 하는데 많은 후원을 요청하는지? 그런 교회를 수 십군데 개척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한국교회 역시 그런 선교사들을 영웅처럼 여기는지? 그 동안 한국교회가 필리핀 선교를 그런 식으로 수 십 년을 해 왔으나 필리핀 선교를 자립하지 못한 실패로 인정하는데 캄보디아에서도 똑 같은 현상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한국교회도 한국선교사도 반성도 없고 선교전략에 변화도 없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느 한국교회가 수년 전 2억의 헌금으로 200여평의 건물을 지었지만 지금은 고작 7명의 대학생 기숙사로 쓰여지고 있는 프놈펜 인근의 선교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60여 세대의 마을에 4층으로 그렇게 큰 건물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그 센터에서의 사역을 두고 기도하고 있습니다만)
선교현장의 형편과 모습들은 이러한데 캄보디아 명절이 되니 너도 나도 여행을 떠나고 새로 온 선교사들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너도 나도 이 때가 아니면 여행할 수 없다고 삼삼오오 떠난다는 말에 왠지 마음이 슬퍼집니다. 차량을 구입했다고 5박 6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젊은 선교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후원은 제대로 할까? 선교사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할까?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답답해 집니다.
오늘 새벽기도회에 가서 기도하는데 정말 오랜 만에 눈물 콧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우리 의는 더러운 옷과 같다(사64:6)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의로우면 얼마나 더 의롭고 잘하면 얼마나 더 잘하겠느냐? 너무 사람 보지 말고 하나님만 바라라.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니니라(삼상16:7)는 말씀 앞에서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나는 어떤 선교사가 되어야 하나요? 캄보디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요즈음 새벽마다 저를 깨워서 계속 새벽기도를 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저를 향한 생각을 잘 깨닫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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