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요셉이야기

 


 


주희가 그림전에 와서 선물해준 꽃다발입니다.
이번에 그림전이 열렸던 전시장이 워낙 멀어서
무리해서 오지 말라고 일러두었는데
불편한 몸으로 먼 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주희가 전해준 꽃다발은 우리집에서 가장 햇볕이 가득 담기는 곳에다 두었습니다.
주희는 아주 오랜 친구입니다.
벌써 십 오년도 훨씬 넘은 친구입니다.
주희는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친구입니다.

옛날에 친구들과 계곡에 갔는데 비가 온 뒤라
물살이 세서 주희가 개울을 혼자 건너기 힘들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주희를 업고 개울을 건넜는데,
주희는 그 후로 오랫동안 이 일을 마음에 두고 속상해 했습니다.
자기 힘으로 건너지 못한 것과
누군가에게 업혀 건너야 한다는 사실에 서러움이 일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자존심 강했던 내 친구가, 긴 세월을 지나며 참 많이 변했습니다.
함께 길을 걷다가 계단 앞에서 오르는 것을 도와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주희의 손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걷는 것도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힘들었구나?" 했더니 냉큼 "업어줘."하며 배시시 웃습니다.

주희는 요즘 감사제목을 매일 세 가지씩 올리고 있습니다.
감사 제목이 대단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으로 가득차 있는지를
이 친구의 작은 고백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 무사히 학교 갔다 올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다가와 줘서 감사합니다.'
'이쁜 야경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숨 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힘든데. 그럼에도 마음 편해져서 감사합니다.'
'요즘 몸도 마음도 안 좋은데 회복될 것을 믿고 감사합니다.''
'이 또한 이길 것을 믿고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생각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 (시144::3-4)
우리가 주인공 처럼 살아가지만
시간이 흐르고, 역사가 흐르면 결국 분명해 집니다.
여기서 '헛것'이라 표현한 단어는 숨, 공허, 덧없음,헛됨이란 뜻을 가진 '헤벨'입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전도서 저자의 헛됨 또한 헤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헛됨은 허무주의와는 다릅니다.
허무주의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탈출구 없는 터널이기 때문입니다.
전도서는 '너는 청년의 때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절망 앞에서도
나를 지으신 이를 기억하면
우리의 모든 일상은 감사의 제목이 됩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주시며, 인자가 무엇이라고 주께서 생각하십니까..'

오늘도 인생의 중심이 나인것 처럼 살아가지만
결국 나는 인생에 묻히고
인생의 주인공은 주님이십니다.
그래서 우린 감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