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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밤 늦게까지 함께 모이고, 기도하고
누군가를 섬기고, 돌보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나와 후배들은 그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와 현실의 벽 또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면 어찌 할 수 없는 한계들.
의지박약과 소통의 부재, 서투른 분별력, 게으름, ..
그 시간을 한 바퀴 보낸 후에 인간에 대한 회의가 강하게 들었습니다.
늘 제자리를 맴돌았던 두한이, 강남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진관 형
누군가를 섬기고 돌본다고 애를 썼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엉망이 되어 버린 병석 형..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때마다 주님은 
'우리의 수고가 열매 맺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십니다.
어쩌면 영원히 열매 맺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함께 보낸 시간은 적어도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케 만드는 중요한 '회귀점'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나락에 떨어져 컴컴한 골목을 배회하고 있을 때라도
기뻤던 지난 날을 추억하고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복된 소식입니다.
쥐엄열매를 먹지만 아버지의 집을 그리워 할 수 있는 사람은 다행입니다.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은 행복합니다.

우리의 수고를 실용적으로 계산하려 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 부으신 끝없는 용서가 내 안에도 흘러 난다면
이런 수고로움은 차라리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그렇지 못하기에 
날마다 내 가슴을 치며 울게 됩니다.
그렇게 가난하여진 마음을 가지고 주님께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진관 형은 내가 결혼 할 즈음부터 연락이 잘 닿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형의 소식을 들으니 반갑습니다.
함께 강남역 지하도를 오가고, 노량진에서 보내던 시간이 꿈결같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잘 살아가고 있는 듯 보여서 기분이 좋습니다.

A는 처절한 아픔을 뒤로 한 채
이젠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수 억원의 빚을 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두한이는 노숙생활을 끝내고 군산에 있는 단체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두한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특히, 명절 때면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옵니다.
몇 년전 설날에는 우리집까지 찾아왔습니다. 
두한이가 짝사랑했던 여자가 아내 명경이라서 한참을 놀려댔습니다.
어떡해 형수 될 사람을 넘볼 수 있냐고 말입니다.
그 곳에서 잘 지내는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합니다.

얼마전, 경조와 병석 형, 준일, 지현누나들이 우리 집에 들렀습니다.
그들은 요즘 새로운 거처를, 작업장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후배 경조는 원래 그런 녀석이 아닙니다.
나랑 성격이 비슷한데가 많아서 혼자 지내길 좋아하고,
사람이 많으면 피로해 하는 성격입니다.
그런 경조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병석형은 7년전, 노량진에 약 2억원의 자본금으로 컴퓨터 가게를 열었습니다.
당시 예수님을 몰랐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알게 되면서 주변의 고시생들을 수고로이 섬겼습니다.
하지만 불법 소프트 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등으로 사업장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선교사 준비와 택시운전, 대리운전, 쌀배달등 거친 일을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절염과 허리통증으로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궁지에까지 내몰렸습니다.
우리가 병석형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노숙자와 다름없었습니다.
병석형은 지금 경조의 작업장에 들어와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이 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경조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반전'입니다.
어려운 프로그램 책을 벌써 3권 넘게 독파했습니다.
사실 병석형은 아주 어릴적에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길 꿈꾸긴 했지만 
자신도 전혀 생각 못했던 미래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주 어릴적, 자신도 잊었던 꿈을 이렇게 건져올리고 계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그릴 수도 없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오늘 우리와 살고 계시지만
우리의 전 인생과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바라보십니다.
나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더욱 신뢰해야 합니다.
이해할 수도, 그려낼 수도 없지만,
신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꾸준하고 진지하게 걸어야만 합니다.
기뻐하며, 감사하며. 그 분과 함께.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