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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점심에 사람들과 회의를 갖고 있는데
친한 선배으로부터 예배 중 말씀을 인도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어제, 건축중인 어느 건물에서 선배가 사람들과 몇 가지 논의를 하던 중에
술에 취한 사장님이 술김에 그럼 시작하는 의미로 '예배를 드리자'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이 났다며 부탁해왔습니다.
의지적으로 거절하지는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내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장 몇 시간 뒤의 예배인데,
말씀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술김의 약속이라 신뢰할 수도 없는데 꽤 먼 곳입니다.
거기가 어떤 공간인지, 누가 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때마침 치통과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시름시름 앓고 있던 상황이라 옳게 분별하는것도 쉽지 않습니다.
'주님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도망가진 않을게요.'

나는 어제까지 묵상하던 말씀을
주님앞에 올려 놓았습니다.
"선지자 갓이 다윗에게 이르되
이 요새에 있지 말고 떠나 유다땅으로 가라." (삼상22:5)
나는 어제도, 오늘도 이 말씀을 주목했습니다.
다윗은 사울왕을 피해 도망했습니다.
블레셋으로, 그리고 오늘 모압으로 도망했습니다.
모압은 자신의 조모 롯의 고향 땅입니다.
모압왕과도 타협점을 찾았기에 그 곳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울의 사정권 밖으로 피해 안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선지자 갓을 통해 다윗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이 안전해 보이는 땅 요새를 떠나서 유다 땅으로 가라."

나는 이 말씀으로 주님께 질문하며 약속장소인 혜화로 향했습니다.
내가 도착한 곳은 건축이 진행중인 건물이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고가는 공사장 터에서
어디서 예배를 드려야 될지,
예배의 대상자는 인부가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가 어제 자리에 없었던 건물주가 현장에 와있는데 
불교신자라서 예배에 대해 부정적일 거란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나는 어색하게 서서는 주변을 살피고만 있었습니다. 어떡해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주님께서 인도해주시길 바랐습니다.

몇 차례의 혼선을 겪고 우리는 짧게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제대로 앉지 못할 설계 사무실 같은 곳이라 모두가 둥그렇게 둘러섰습니다.
'주님, 말씀을 바꿀까요?
이렇게 서있어야 하는데 다윗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신약의 몇 구절을 읽고 짧은 시간에 말씀을 나눌까요?'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지만
주님께서 지금까지 인도해주셨다면 나머지도 주신 감동을 따라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내가 책임질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직 성경을 모르는 이들을 전제로 다윗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윗의 인생은 알지 못해도, 골리앗과의 대치상황정도는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다윗의 이야기에 의외로 사람들은 예배에 몰입됨을 보게 되었습니다.
술김에 예배드리자는 말을 꺼낸 사장님만 초조해하고 불안해할 뿐,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주님께서 만지고 계심을 보게 되었습니다.
긴장했던 나도 서서히 감사함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불교신자라고 들었던 건물주는 나중에 알고보니 오래전에 온누리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분이십니다.
그를 향해 축복하며 찬양하고 기도했을 때, 그의 눈가에 미소와 눈물이 보였습니다.
나는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 곳에 씨앗을 뿌렸습니다. 당신의 때에 열매 맺어주세요."
우리는 그 열매가 어떠한 모양일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주님의 마음으로 씨를 뿌렸다는 사실입니다.

혜화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치통과 두통 때문에 몸이 너무 피곤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휴. 집으로 돌아올 때는 타임머신처럼 생긴 곳에 편하게 누워서
슝. 하고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주님은, 이런 작은 목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타임머신은 아니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배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누워서 돌아왔지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