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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작년 겨울, T국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현지 사역자 H에게 사진을 가르쳤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 곳에서의 시간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시험을 치르고, 등록금 마련과 낯선 새학기를 보내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며칠전에 T국에서 선교사님이 들어오셔서
어제 선교보고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릅니다.
내가 만난 H는 15년 넘게 승려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H의 고향마을까지는 버스를 타고 10시간 넘게 깍아지른 절벽길을
달려야지만 만날 수 있는 외딴 곳입니다.
그는 그 곳에 우물을 파주러 온 서양인들이 불러준 찬양을 듣고 난 후,
꿈에 예수님을 만나 극적으로 회심한 사람입니다.

제가 T국에서 만나 사역한 사람은 H뿐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사진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꼭 제가 아니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H는 사진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것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긴 시간동안 무엇을 눌러야 사진이 찍히는지를 설명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H에게 사진을 가르칠 때 반복하며 말한 것이 있습니다.
'사진기가 치료의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사진 찍히는 사람을 하나님이 치유해주시기를,
그리고 찍은 사진을 가지고 기도하세요.'

어제 선교보고 시간에 선교사님이 몇 달동안의 H에 대한 소식을 들려줬습니다.
그가 정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아픈 이들을 찾아가 사진을 찍으며 기도하고,
찍은 사진을 책상에 붙여 두고는 기도한다고 말입니다.
참지 않았으면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을지 모릅니다.

T국에서 H가 있는 지역은 남한 북한을 다 합친 지역 만큼의 크기입니다.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H같이 예수님을 믿는 현지인은 200여 명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수의 그리스도인들이지만
작은 자를 통해 아버지께서 어떻게 일하실지 기도하며 기대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지난 날을 생각하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