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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아내는 알고 지내던 후배였다.
웃음이 너무 맑아 나는 그 비결을 캐묻고 싶었다.
당시에 나는 골목을 쏘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거나
누군가를 만나 사진을 찍고 인생과 신앙에 대해 묻고 나누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작업의 일환으로 아내를 촬영하다 그대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아내의 이름은 김명경.
아버님이 밝은 것을 공경하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다.
아내는 사과 궤짝으로 옷장 삼고 시장에서 배추 시래기를 주워 끓여 먹던
가난한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명경이의 아버님은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시는 시각장애인이셨다.
나는 이 사실을 후에 알게 되었다.
아버님은 예수를 믿으면 눈을 뜰 수 있다는 어느 선교사의 말에  
교회를 따라나오셨는데 목사님까지 되셨다.
이후 기도 중에 하나님은 정말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주셨다.
물론 물리적인 세상과 사랑하는 딸은 보실 수 없어
손으로 더듬어 만지셔야 했지만,
성경과 신앙서적을 보실 때는
글자 하나하나가 금빛으로 보여지는 놀라운 기적을 누리게 되신 것이다.

아내는 이렇듯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살아가시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뿜 받으며 자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아버님은 택시를 타고 가시던 시골길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이후부터 아내는 학창시절부터 방학 때 틈틈이 떡을 떼다가 팔기도 하고,
온 동네에 스티커도 붙이고, 빵공장에서 빵모자 쓰고 일하다
손도 다치면서 어렵게 어렵게 살아왔다.
그때 아내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 하나하나를 들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 안에 그녀가 만져지기 시작했다.

'아픈 추억이 쓰린 상처로 남을 수도 있지만
그 상처를 잘 치유하면 깊이가 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이 친구는 깊이 있는 친구겠구나.'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아파하고  
때론 비관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로 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아내의 웃음을 바라보며 깨닫게 되었다.

두려움은 씨앗과 같아서 관심을 받으면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 잎이 아무리 무성해도 본 모습은 작은 씨앗일 뿐이다.
이렇듯 내 마음 속에 무성하게 자라나던
결혼에 대한 두려움은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