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요셉이야기


 


 


 


 


결혼준비를 거의 끝낼 무렵이었다.
신혼집에 놓을 가구들을 사기 위해 명경이와 함께 이것저것을 골랐다.
사실 나는 별 취향이랄게 없었다.
굳이 내 취향을 말하자면 신혼 때는 가장 가볍게 있고 싶었다.
가벼우면 언제 어디로 떠나도 편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지난번에 하나님께 배운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주장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가구든 물품을 골라야 한다면
가능한 명경이의 취향을 따라주려 애썼다.


 


그녀는 물건 하나하나를 고르며 좋아했고,
나는 기뻐하는 명경이의 표정에 따라 함께 기뻐했다.
특별히 예단 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기로 했더니
생각보다 준비는 쉽게 끝났다.
마지막 물건까지 계산을 마친 우린 기분좋게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그런데, 하나님은 명경이와 함께 이 말을 나누길 원하셨다.


 


"오늘 고른 가구들은 네가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좋은 것이다."


 


이 말은 오늘 고른 가구들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네가 좋아하기에 나도 좋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내가 이 말을 명경이에게 말하지 않으면
그녀가 나에 대해 오해하며 살게 될 것이라 말씀하셨다.


 


"오빠는 이런 취향을 좋아하는구나"라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처럼,
서로 다른 별에서 살아온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갈 때 알아야 할 가장 기초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 말을 전하면 명경이가 화가 날 텐데.
자존심이 상할텐데...'


 


화내는 것이 당연하다.
둘 다 좋아하는 취향이라고 구입했는데 이제와서 나는 아니라고 발뺌하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이 말을 전했다.
긴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하루 종일 아무 연락이 없었다.
마음이 많이 상한 모양이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나는 비교적 사과가 빠른 편이다.
그래서 당장에 전화를 걸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라고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게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다.
기다리는 것은 사과해서 관계의 어색함을 무마시키는 것보다 더 고된 일이며,
무엇보다 명경이에게는 그것을 생각하고 이해할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잘못한 일에 사과하는 일은 옳지만
지금처럼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때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깨닫기를 기도하며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렇게 애를 끓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사랑의 속성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림이란다.
네가 지금 속이 타들어가듯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안단다.
네가 결혼을 준비하며 내 마음을 구했잖니?
나는 이 기다림으로 지금도 수많은 영혼들을 기다리고 있단다.”


 


그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부어지자
나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울었던 것 같다.
"그렇구나.
사랑의 속성 중에 하나가 기다림이었구나.
이런 아픈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이었구나."


 


기다림은 너무 힘들지만,
우리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기도로 채워야 한다.


 


전전긍긍했던 시간은 그저 땅에 뿌려질 뿐이지만,
내가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한 모든 시간은
하나님께서 거두시기 때문이다.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명경이와 난 지구별에서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