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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혼자 시차에 적응 못해서 새벽에 일어났다.
게네사렛 호숫가의 베드로를 만났다.
지난날, 그는 장모의 열병을 꾸짖는 예수님을 만났다.
귀신을 쫓고,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셨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새벽에 일어나 밤이 새도록 수고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었지만,
장모처럼 열병이라도 들리거나, 죽을병에 걸리지 않는한,
예수님은 자신의 인생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중학교 때 '제자입니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으며
예수님을 사랑하는 아이고 싶었다.
그래서 수련회를 가게 되면
모두가 잠든 시간에 혼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주님을 더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하나님이 내 인생에 해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도해도 아무 변화 없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분명 주님은 구원의 문제에 간섭하실 분이시지만,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는 하나님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할
무능한 분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이런 수준이었을 것이다.
좋은 말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것은
땀내나는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평생을 던졌던 그물질을 계속해가며 자신의 조약한 꿈을 꾸었을 이였다.

하지만 오늘 베드로는 예수님을 만났다.
자신의 인생이 오늘 어떻게 바뀌게 될 지 알지 못한채
자신의 배 한켠 내어주었을 뿐인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찾아오셨다.
'선생님, 당신은 거친 인생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예수님이 깊은 물에 가서 그물을 내리란 말에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장모의 열병을 치료해준 약값으로 순종하였을 수도 있다.
무리들에게 선포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마음이 움직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순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깊은 곳에 던져진 그물은 자신의 힘으로 끌어올리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어부가 매일 배를 띄우며 소원했던 일들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에서 이루어졌다.
그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인생의 성공이
자신이 마주대하는 이 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님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어느새 주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예수님의 신적권위 앞에 베드로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인생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알게 되었다.

유대인들에게 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베드로같은 어부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모든 두려움 위에 계신 예수님 앞에
베드로는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다.
"저는 죄인입니다." (눅5:8)
나는 주님 앞에 죄인입니다.
이 고백만큼 아름다운 고백이 있을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새로운 사명을 맡기셨다.
그것에 대해 지금 베드로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라면 자신의 인생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베드로의 배에 오르신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날마다 제 인생의 주인 되어주세요.
당신이 아니면 다시 헛된 꿈을 좇을 나약한 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