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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나는 해군을 나왔다.
1년동안 바다위에서 배를 타고 다녔다.
군함이 항해를 나갔다가 항구에 정박하면
소금물에 부식되지 않도록 가장 먼저 배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서 해군을 제대하면 망치질과 페인트칠에 도사가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페인트를 제대로 칠하질 못했다.
내가 붓을 잡으면 엉망이 되어버리기에 나는 늘 다른 일을 맡아야 했다.
또, 해군은 까다로운 복장점검 때문에 다들 다림질도 능한데
내 옷은 선임들이 대신 다려줄 정도로 그런 일에 서툴렀다.

제대를 하고, 대학을 복학해서도
내 마음을 떨리게 할만큼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없었다.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과연 있기나 한걸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청년시절 내게 큰 두려움이었다.
내가 머물던 학교옆 고시원 가까이에 작은 예배당 하나가 있었다.
나는 저녁마다 예배당 낡은 의자에 앉아 질문했다.
"주님, 이런 저도 사용하시나요? 도대체 어디에 사용하실건가요?"

놀라우신 하나님은 예측못할 방법과 만남을 통해 이런 저런 길로 인도해주셨다.
언젠가부터 나는 사진을 찍으며 골목을 쏘다니게 되었다.
한 번은 작은 섬에서 촬영을 할 때 좋은 조건으로 계약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성령님께서 주시는 감동을 따라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냉큼 이렇게 기도했다.
"내 시간도, 물질도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하시고픈데로 저를 사용해주세요.
저를 사용해주세요."

오늘 아는 형이 일하는 NGO에서 식사를 나누며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의 놀랍도록 귀한 사역을 어떻게 나눌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다른 선배에게는 이번 겨울에 아프리카의 선교지를 다녀와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어느새 우리 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절망하던 나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자로 빚고 계셨다.
작은 예배당에서의 기도가 생각났다.
'주님, 제발 저를 사용해주세요. 주님..'

저녁에, 아내가 특별한 반찬을 준비한다며
메추리알을 삶아 껍질을 까고 있었다.
도와준답시고 옆에 앉아서는 내가 만진 알들을 모조리 못쓰게 만들어 버렸다.
그 후로 십 여년이 흘렀지만 내게는 서툰것 투성이다.
그래서 내 기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주님, 이런 저도 사용하시나요?
주님, 제발 저를 사용해주세요. 주님.."

주님의 뜻 가운데 기도하는게 우리의 몫이라면
주님은 당신의 뜻 가운데서 신실하게 이루어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