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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자정을 앞 두고 우리 식구가 모였습니다.
블럭놀이를 하던 온유도, 공놀이를 하던 소명이도
모두 자리를 정리하고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한 해동안 있었던 일들을 종이에 하나 둘 적기로 했습니다.

"동물원도 갔어요. 소명이 돌봐주었어요.
집에 쌀이 들어왔어요. 토토(햄스터)와 함께 살아요.
대출금 이자율이 낮아요. 선교 다녀왔어요. 새신자 양육했어요.
학교 다니며 잡지도 만들었어요. 그림그리고 전시회를 열었어요.
소명이 쉬 가리게 되었어요. 아프리카에 우물이 생겼어요.
블럭 잘 만들게 되었어요. 밤에 잘 때 함께 기도했어요.
여러 반가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나리언니, 하은이네,
득태삼촌, 메리이모, 하민,하빈, 수민언니, 민성오빠, 전샘, 소윤이..."
정말 종이 한 페이지가 꽉 찰 정도로
주님께 올릴 감사의 제목들이 넘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정까지 이십분도 남지 않게 되었어요.
서둘러 뒷장에다 2014년에 올려드리는 소원들을 적었어요.
처음에는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지기를,
성경 일독 했으면 좋겠어요. 예수님 더 사랑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이런 크고 거룩해 보이는 말들을 적었어요.
그러고 있으니 여백은 많은데 쓸 내용이 없어 보였어요.
조금 더 작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을 적어 보기로 했어요.

"온유 유치원에 가게 됩니다. 좋은 선생님, 친구들 만나게 해주세요.
아빠도 학교 잘 다니게 해주세요.
이사 잘 갈 수 있도록, 옆집에 사는 하언이네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선교와 구제도 많이 할 수 있도록.
주님, 이스라엘 가고 싶어요. 대출금도 잘 갚을 수 있도록
반창고도 잘 만들 수 있도록, 편식하지 않고 운동하며 건강하게.
가족, 친척, 동역자들, 친구들 모두 지켜주세요.
온유 혼자서 책 읽고 싶어요.
소명이랑 수준있게 대화하고 싶어요.
더 많이 웃고 싶어요.
더 감사하고 싶어요."

다 쓰고 나니까 2분 밖에 남지 않았어요.
모두 눈을 감고 돌아가며 기도했어요.
소명이도 중얼중얼 오랫동안 기도했어요.
온유가 기도할 차례가 되었어요.
"하나님, 이제 6살이 됩니다."

온유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내 나이를 생각하게 됩니다.
거짓말처럼 또 한 살을 먹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아이 같은데
온유와 소명이를 보면 1년 사이에 훌쩍 말도 늘고, 키도 컸습니다.

나는 스무살무렵부터 나이를 먹는게 소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삶에 대한 태도가 너무 회의적이라서
빨리 이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 다 지나가버리길 바랐습니다.
이제 마흔이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까지 나이를 먹는게 소원입니다.
회의적이어서가 아니라
어서 사랑하는 주님을 뵙기를 원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너무 막연하긴 하지만,
올 한 해 더욱 주님과 친밀하게 걸어가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서 만드셨고,
만드신 모든 것이 부서질 지라도
주께서는 영원하십니다. (히1:10-11)

많은 기도제목을 가득가득 적어 놓았지만
그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심을 실제적으로 믿고 걸어간다면
2014년이 그보다 아름다울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