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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어제, 늦은 밤 지인과 함께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려고 모인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출국하기전 그립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하다가
아내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밤 9시가 넘어 도착했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사를 오면서 부터 자신을 힘들게 했던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듣기에도 참 불편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살아가며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사를 하면서도 별 것 아닌 일들이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하곤 합니다.
하물며 누군가 대수롭지 않게 뚫어 놓은 벽의 구멍까지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침전물이 가라앉듯,
우리 마음이 정리가 됩니다.

신혼여행 때 불편하거나 억울했던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숙소 예약이 안되서 텅 빈 5층 건물에 우리 부부만 홀로 남아서 바들바들 떨었던 일.
기차 객실을 잘 못 알아서 벌금을 냈던 일,
하지만, 신혼여행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안 나는 하루가 있습니다.
사촌누나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방문했는데
누나가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좋은 곳을 이리 저리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가장 좋은 곳을 가장 편안하게 구경했지만
기억에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금 불편한 일들이 나중에 추억으로 남을거라며 함께 웃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한 그 사람을 축복하기로 말입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은 미워하는 것이 당연할지라도
우리가 믿음으로 반응하겠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강제로 바꾸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하나님을 배제시킨 내 마음을 회개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불편한 마음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오랜 기도가 끝나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피곤했던지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이불속으로 그대로 기어들어가 잠들었습니다.

오전에 함께 기도 했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람과 관계에 대한 부분이라 이 공간에서 자세하게 나누지는 못하지만,
하루만에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이 일을 두고 함께 환호하며 기뻐해 주었습니다.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묶임을 끊어낸다는 의미입니다.
눈에 보이는 영역이 아니지만 실재하는 공간입니다.
용서하지 않는 다는 것은 흑암의 세력들에게 합법적인 빌미를 주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이루는데 방해하는 견고한 진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측면때문에
우리가 누군가를 축복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지엽적이거나 부차적인 의미입니다.
그저 나의 묶임이 풀어지기 위해서 그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용서한다거나 축복한다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그리 하셨기 때문입니다.
갚을 수 없는 빚을 탕감받은 종이기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매 번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이런 순종을 드렸을 때
주님은 '정말 고맙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런 감동이 있을 때면 나는 눈물을 참아낼 수가 없습니다.
마땅히 그리 해야 하는데,
창조주이신 주님께서 피조물인 우리에게 '고맙다' 라는 감정 섞인 표현까지 쓰실 필요가 있을까요?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 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딸 온유가, 동생 소명이와 다투었다가도
먼저 다가가서 화해하고 꼬옥 안아주면
아빠로써 내 마음이 그렇게 좋습니다.
서로의 사정이 있고, 각각의 상황이 다르고,
마음이란 것이 억지로 바꿔 놓을 수 없는 성질이라
당장에 다 좋을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주님 앞에서 화평할 수만 있다면,
그런 방향으로 순종해 나간다면 우리 아버지는 얼마나 기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