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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이야기



어제가 생일이었습니다.
어릴적부터 생일이 방학이다 보니
생일파티가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냥 아무일 없는 것이 익숙합니다.
아내 생일이 며칠 차이인데
아내도 1월 생일이라 그런지
우리가 알고 지낸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서로 생일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내게 결혼식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하객들이 와주었는데
우리가 발맞춰 걸어갈 때 모두가 기립한채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이런게 생일날의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아침에 아내가 끓여준 시레기국이 참 맛있었고,
주일 예배 마치고, 교회 점심메뉴로 나온 생선구이도 맛있었습니다.
오후에 우리 지역 모임을 이번에 새로 이사하신 속장님 댁에서 가졌습니다.

우리가 광주로 이사하기로 결정한 후,
우리 지역에 계시던 속장님 네 가정이서
한꺼번에 같은 동네로 이사하려 계획했습니다.
그러다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고
한 가정은 정말 우리가 가려던 옆집으로 먼저 이사해 버렸습니다. 단 일주일만에.
그렇게 갑작스레 이웃사촌이 된 속장님네가
무사히 안착해서 며칠 살고 있다는 게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방마다 돌며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 가정을 기억해주세요.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축복해주세요."

송구영신즈음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마음이 있습니다.
"두려워 할 것이 세상에는 참 많지만,
주님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함께 모인 속장님들과 함께 이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회를 마치고, 정성껏 차려 나온 밥상이 정말 푸짐했습니다.
오븐에 익힌 닭요리와 파전, 제육볶음하며...
물론 내가 생일인것은 여전히 비밀이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잔뜩 차려주신 생일 밥상 같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맘껏 뛰어놀았습니다.
아이들의 기쁨이 내겐 생일선물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딸 온유가 아쉬워 하며 물었습니다.

"아빠, 내가 6살이 되면 유치원에도 가고,
우리도 이사 간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왜 아무데도 안가는거야?
내가 아직 6살이 덜 된거야?"

"으응. 온유야. 우린 봄에 갈거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
하언이네 집 옆으로 이사도 갈거고,
하언이와 함께 유치원에도 갈거야.
아빠가 약속 어긴적 있어?"

"아니, 없어.
그럼 빨리 봄이 오면 좋겠다.
내일이 봄이면 좋겠다."

우리 하나님은 나보다 천 백개만큼
약속을 잘 지키시는 분입니다.

"집마다 지은 이가 있으니
만물을 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라" (히3:4)

하나님의 약속이 있다면 그 분은 또한 이루십니다.
추운 겨울은 추운 겨울대로, 따스한 봄은 봄대로,
만물이 주님의 뜻 가운데 있음을 고백합니다.
생일 선물같은 오늘의 따스했던 일상도 감사합니다.

* '천 백개만큼'이란 말은 가장 많은 수를 뜻하는 온유의 관용어입니다.